매일신문

[무명칼럼] 코레일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다

코레일을 성토하는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있다. 필자는 심지어 며칠 전 '코레일 노조를 경찰이 초토화시켜야 한다'는 격문성 카톡도 받았다. 이처럼 사람들은 열을 내고, 거품을 문다. 사람들이 흥분하는 데는 '나는 이렇게 어려운데…'라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배신감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코레일 직원들은 '왜 코레일만 갖고 이렇게 난리들인가?'라는 심정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왜 코레일만 이렇게 들들 볶아대는가. 부아가 치민다. 코레일보다 더한 곳도 많은데. 문제는 코레일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저러다 말겠지' 수준이 아닌 것 같다. 누구 하나 편들어 주지 않는 점도 걱정거리다. 양대 노총이 한편이라지만 여론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역성을 들어줄 이가 적은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 정도로 민심이 등을 돌렸을 줄은 몰랐다.

지금은 말도 못 하는 분위기지만 속으로는 억울하기도 하다. 때마다 철마다 공기업은 동네북 신세였다. 관리'감독 기능을 가진 정부 각 부처 사람들을 만나면 굽실거려야 하고 국회가 열릴 때면 국회의원들은 물론 관계자들이란 관계자들에게는 모두 머리를 조아려 왔다. 정부나 정치권 등 '상부'의 지시 사항을 매우 잘 따랐다. 민원이나 청탁도 잘 들어줬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들만 세상의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것이다. 혼자 먹어야 할 욕이 아닌데 지금은 혼자라는 점도 억울하다. 특히 정부의 태도가 섭섭하기 짝이 없다. 정치권도 패기만 한다.

최근 실시된 코레일 파업에 대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40대 이상의 75% 이상이 코레일의 파업을 비판했다. 50대 이상에서는 무려 85%가 넘었다. 이 정도면 코레일 노조는 '무조건 나쁜×'이 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발견된다. 코레일 노조를 몰아치는 정부에 박수를 열심히 쳐야 마땅한데 여론은 그렇지가 않다. 정부의 대응 능력과 해결 노력에 대한 평가에서 60% 가까운 수치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정부가 잘못했다는 말이었다. 이게 무슨 이야긴가?

여론은 정부가 한 일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여론은 정말 단순하지가 않다. 즉, 정부가 지금의 공기업 문제에 관한 한 '원인 제공자' 내지 '공범'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공기업의 경영진을 선임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간부진 가운데 상당수도 정부 고위직 출신들이 차지해 왔다. 지금 간부들 가운데도 정년이 다가오면 공기업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산더미 같은 공기업의 부채 문제와 방만 경영에 구경꾼으로만 있으려 한다. 아니 해결자로 나서려 한다. 이래도 되나? 공범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데. 비겁하기까지 하다. 지금은 여론의 화살이 코레일 노조를 향해 있지만 언제 정부를 조준할지 모른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먼저 국민들을 향해 '이실직고'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잘못을 고스란히 떠안아 공기업의 부채가 늘어나고, 자신들의 선배들이 경영진으로 간 탓에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하는 사이 부실의 덩치가 커져 나라 살림마저 위험한 지경이 됐다고 고백을 해야 한다. 최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트위터에서 정부를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그는 "이 정권은 참 아마추어"라고 꼬집었다. "공권력이 한 방 칠 때 저놈이 나쁜 놈이라는 걸 충분히 인식시켜야 국민이 박수를 친다. 그런데 이 정부는 먼저 한 방 치고 나서 그놈이 나쁜 놈이라는 걸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며 정부의 대국민 소통 능력 부재, 대언론, 대여론 미숙한 여론전 능력을 비판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영 효율화, 경쟁 체제, 방만 경영만 되뇐다. 자신들의 정책 오류와 관리 부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래서는 이제 막 시작한 공기업 개혁의 동력을 이어나갈 수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의제 설정이 잘못이 아니라 일의 선후가 바뀌었다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먼저 비겁함을 버리고 잘못에 솔직해져야 한다. 그래야 여론도 한편이 된다.

이동관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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