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 10년 차인 이길수(가명'42)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며칠 전 아내로부터 '주식시장을 떠나지 않으면 내가 떠나겠다'는 경고를 받아서다. 그동안 주식투자로 많은 투자금을 날린 터라 아내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했지만 주식시장을 떠나고 싶지는 않다. 연금이나 적금을 들기에는 수익이 일정하지 않고 언젠가 한번은 주식시장에서 '홈런'을 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민 끝에 투자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구에서는 마땅히 주식을 공부할 만한 곳이 없는데다 최근 한 곳이 생기긴 했지만 수강료가 월 400만원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미국에는 수만 개의 투자클럽이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투자자들이 모여 투자클럽을 결성해 주식 공부를 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기도 한다. 이렇게 쌓은 투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투자에 나선다. 미국에서의 투자클럽은 1898년 텍사스에서 결성된 것이 처음이라고 하니 벌써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투자클럽은 3만5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비어즈타운이라는 한 시골에서 활동한 투자클럽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40~60대의 부인 16명이 참가하는 '비어즈타운 레이디스투자클럽'이라는 이름의 투자클럽이 과거 10년 동안 연평균 23.4%라는 놀라운 투자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시골 부인들이 모인 투자클럽이 미국의 S&P지수 상승률의 2배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기본기만 잘 갖춘다면 개미투자자들도 전문가 못지않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워런 버핏은 주식투자를 잘 하기 위해서 반드시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고 했고, 피터 린치는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피터 린치는 부인, 딸들과 함께 백화점을 자주 방문한다고 했다. 딸들이 어떤 제품을 좋아하면 그 기업의 주식을 분석해서 좋은 기업이라는 확신이 들면 투자를 한다.
◆주식투자의 기본은 재무제표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외모, 직업 등을 보면 1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2차적인 판단을 한다. 기업은 재무제표가 외모, 직업 등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재무 분석 없는 주식투자는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결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개별종목에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그 기업의 재무제표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재무제표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지만 이는 전문가들이 할 일이고, 투자자들은 작성된 재무제표를 보고 읽을 수 있는 능력만 갖추면 된다. 예컨대 기업이 튼튼한지를 판단하려면 부채비율을 보면 된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총자산으로 나누면 구해진다. 부채총계와 총자산은 재무상태표에 항목이 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150%가 넘으면 안정성이 좋지 않다고 보면 된다.
이런 식으로 중요한 재무 지표를 살펴보면 된다. 유동비율, 부채비율, 자기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률, 매출액 증가율 등이다. 재무 분석만 잘해도 부도가 날 기업을 미리 가려낼 수 있고, 운전자금이 부족해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을 미리 가려낼 수 있다. 증권사에서 최근 3, 4년간의 재무제표를 제공하기 때문에 참고하면 된다. 그러나 워런 버핏은 10년간 재무제표를 분석해야 추세를 알 수 있다고 했다. 10년간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싶다면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찾아서 분석하면 된다.
◆가치평가와 장기투자
그다음은 해당 기업의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다. 좋은 기업이 반드시 좋은 주식은 아니다. 좋은 기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기업이다. 그러나 이런 기업이 반드시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고 볼 수는 없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가가 140만원인데,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주당 100만원이라면 투자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반면 삼성전자보다 좋은 기업은 아니지만, 주가는 5만원인 데 비해 주당 기업가치는 10만원이라면 투자자에게는 삼성전자보다 훨씬 좋은 주식이 될 수 있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미래의 현금흐름 할인방식이나 상대적인 평가방식으로는 주가수익율(PER), 주당순자산(PBR)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 있다. 그리고 해당 기업의 사업내용을 분석하여 장기적으로 성장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일반투자자에게는 좀 어려운 내용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좀 해야 한다. 물론 이런 평가방식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평가가 끝나면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목표가격에 도달할 때까지 장기투자를 한다. 참고로 가치투자자는 주식을 팔 때 다음의 세 가지 기준에 해당할 때 매도한다. 첫째 목표가격에 도달한 경우, 둘째 당초 예상한 기업의 펀더멘탈에 문제가 있을 때, 마지막으로 더 좋은 주식이 나타났을 때이다. 주식투자는 테마나 마켓 타이밍이 아니라 기본적 분석에 입각해서 장기투자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개미투자자들의 가장 잘못된 투자 습관은 잦은 매매다.
◆개인투자자는 간접투자가 안전
이 씨와 같은 개미투자자에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주변의 지인 3, 4명이 모여 투자클럽을 결성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주식 공부를 하고, 이를 토대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다. 사업내용을 잘 아는 기업을 대상으로 재무 분석과 가치평가를 하고 주식을 고르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반복 연습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다만,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칙을 지키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다음 방법으로는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하는 것이다. 펀드투자를 말한다. 재무 분석과 가치평가가 어렵다면 전문가가 이런 작업을 대신 해주는 펀드투자를 하면 된다. 이 씨도 주식투자자금 2억원 중 1억원은 직접투자를 하고, 나머지 1억원은 펀드투자를 할 것을 권한다. 돈은 많이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게 불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초저금리와 고령화로 체계적인 자산 관리와 은퇴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해짐에 따라 2차 베이비 부머(1970년대 초반 출생자)를 위한 재무상담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2차 베이비 부머인 40대 중'후반은 우리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사교육비와 주택 문제 등 살림살이 여건이 힘듭니다. 이에 따라 매일신문은 계명대학교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와 함께 무료로 재무설계를 해 주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재무상담을 원하는 독자는 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053-242-3388)로 연락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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