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월드컵 과학] 정성룡 '스킬 볼' 육탄방어 까닭 있네

진화 거듭하는 축구공

전통적으로 축구공은 벌집 모양을 하고 있으며 32개 패널로 디자인해 제작됐다. 최근에는 패널 수를 줄여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축구공이 제작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8 유로'에 사용된 아디다스 팀가이스트 II는 14개 패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8개 패널로 제작됐다. 특히 자블라니는 공을 찼을 때 비행경로의 예측이 불분명한 것으로 지적된 바 있다.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Brazuca)는 포르투갈어로 '브라질 사람'을 뜻한다. 무게 437g, 둘레 69㎝인 브라주카는 2m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141㎝까지 튀어오르는 우수한 탄성을 가졌다. 역사상 가장 적은 6개의 패널이 바람개비 모양으로 붙어 둥근 표면을 이루며 각 패널의 테두리를 따라 오렌지, 초록, 파랑 등의 색상이 배치돼 아마존 강과 브라질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소원 팔찌'를 상징하고 브라질 사람의 열정을 표현했다.

브라주카는 2년 반 동안 10여 개 나라 30개 팀의 선수 600여 명을 대상으로 날씨, 고도, 습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쳤다. 그 결과 표면이 거칠고 슈팅 시 떨림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으나 기존 공인구보다 우수한 접촉감과 안정성을 제공하며 20% 빠른 속도에 정확성, 회전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수들의 발등과 마찰력을 극대화하려고 표면을 마름모 형 돌기로 처리, 일자형의 자블라니보다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날아간다. 페널티 아크 전방의 20m 거리에서도 강한 슈팅을 할 수 있다.

브라주카가 공인구로 채택된 후 본선 참가국들은 공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훈련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골키퍼들은 둘레 50㎝의 작은 공인 일명 '스킬 볼'(Skill ball)로 방어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축구공은 월드컵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이 덕분에 팬들은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축구공은 엄청난 시장성 때문에 축구의 스포츠산업화를 주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아디다스에 의해 개발된 월드컵 공인구는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탱고'를 시작으로 1982년 스페인 대회 '탱고 에스파냐', 1986년 멕시코 대회 '아즈테카', 1994년 미국 대회 '퀘스트라', 1998년 프랑스 대회 '트리콜로', 2002년 한'일 대회 '피버노바', 2006년 독일 대회 '팀 가이스트'(14개 패널), 2010년 남아공 대회 '자블라니'로 진화를 거듭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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