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표스트라다무스

'랜덤워크'(random walk). 주가는 술 취한 사람의 걸음처럼 방향성이 없다, 즉 예측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버튼 멜키엘 프린스턴대 교수가 제시한 이론으로 그의 저서 제목('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원숭이가 다트 게임으로 투자 종목을 선정해도 전문가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2000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원숭이와 일반인, 펀드매니저 간 주식투자 대결에서 원숭이가 이긴 것이다. 다트로 종목을 고른 원숭이는 -2.7%의 수익률로 선방했지만 펀드매니저는 -13.4%, 일반인은 -28.6%였다.

미국만이 아니었다. 2001년 영국에서 다섯 살의 어린이, 중권 분석가, 점성술사들이 대결했지만 결과는 어린이>점성술사>증권분석가 순으로 전문가의 참패였다. 2010년 러시아에서 벌어진 침팬지와 펀드매니저의 대결에서도 전문가가 졌다. 2009년 국내에서도 앵무새와 개인투자자 10명이 맞붙었지만 앵무새가 이겼다. 앵무새의 수익률은 13. 7%, 개인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4.7%였다.

전문가의 굴욕은 축구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독일의 문어 '파울'이 독일이 치른 7경기 결과를 모두 맞힌 반면 축구 황제 펠레는 또다시 '펠레의 저주'가 실현되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당초 브라질과 스페인을 우승후보로 꼽았으나 대회가 시작되면서 스페인을 빼고 독일'아르헨티나가 브라질과 우승을 다툴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결과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탈락, 우승은 스페인이었다. 이런 형편없는 예측력 때문에 세계적인 명장 루이스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은 일찍이 "펠레는 축구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경기에 대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족집게 예측'이 화제다. 그래서 네티즌이 붙인 별명이 '표스트라다무스'(이영표+중세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 '무당영표' '이작두' 등이다. 그러나 한국이 러시아를 2대1로 이길 것이란 예언이 어긋나면서 시큰둥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본'그리스전도 무승부는 맞혔지만 스코어 예언(2대2)은 틀렸다. 이 위원의 신통력(?)이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월드컵을 보는 재미의 하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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