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완벽(完璧)

아무런 결점 없이 완전하다는 뜻으로 흔히 '완벽'(完璧)이라는 말을 쓴다. '흠이 없는 천하의 명옥'을 일컫는 말인데 한비자 변화(卞和)편에 나오는 '화씨지벽'(和氏之璧)이 그 유래다. 그냥 돌인 줄 알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쪼개고 다듬어보니 견줄 데 없는 귀중한 보물이더라는 소리다.

고사를 보면 초나라 사람 화씨가 다듬지 않은 원석인 옥박을 구해 왕에게 바쳤다. 왕이 옥윤(玉尹'옥을 감정하는 관리)에게 살펴보라 하니 "그냥 돌입니다"고 아뢰었다. 이에 왕을 속였다는 이유로 화씨는 왼쪽 발꿈치를 잘리는 형벌을 받았다. 왕이 죽고 이어 새 왕이 즉위하자 화씨가 다시 옥을 바쳤다. 옥윤은 역시 돌이라고 감정했다. 이번에는 화씨의 오른쪽 발꿈치가 잘려나갔다.

또 새 왕이 즉위하자 화씨는 그 옥돌을 끌어안고 궁문 앞에서 사흘 밤낮을 울며 피눈물까지 흘렸다. 소문을 듣고 왕이 연유를 묻자 화씨는 "보옥을 돌이라 하고, 곧은 선비를 속임수 쓰는 자로 몰아 마구 베니 그것이 슬프다"고 답했다. 이 말에 왕이 옥돌을 다듬게 하니 마침내 보옥이 드러났고 이를 '화씨지벽'이라고 이름했다. 한비자는 화씨의 이런 불운에 대해 "두 발을 잘리고 나서야 진면목을 인정받았으니 보배로 인정받기가 이처럼 어렵다"고 한마디 남겼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지명 1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6일 만에 물러난 안대희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 낙마 소식에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도 못하고 여론재판에 밀렸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총리 자리에 앉혀도 될 만큼 흠 없는 인재감을 찾기 힘들거나 돌과 완벽을 정확히 구별해내는 눈 밝은 옥윤이 많은 탓이라고 치면 국민 속은 편하다. 그런데 국정원장 후보 등 8명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되기 무섭게 온갖 의혹이 또 불거지고 있다. 이쯤 되면 완벽하다는 말은 있되 완벽은 언감생심이다.

흠 있는 공직 후보자는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마땅히 걸러내야 한다. 자진 사퇴로 문 후보자에 대한 동정론도 없지 않으나 그가 쏟아낸 부적절한 말들이 결국 화근이다. 화씨는 두 발꿈치를 잃고서야 보옥을 인정받았는데 설화(舌禍)를 자초한 바에야 더 이상 말이 필요한가. 다만 우리 사회가 절차에 따라 돌을 쪼개 보는 것은 어려워하면서도 사람 다리 자르는 것은 쉽게 여기지 않는지는 한번 따져볼 문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