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맛에 단골] 태을양생한의원 직원 '시골장닭'

장마가 시작됐다. 습기를 머금은 무더위는 후텁지근해 더 견디기 어렵다. 무더위를 이길 수 있는 음식으로 보신탕을 떠올리지만,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닭요리가 제격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닭요리가 올여름, 더욱 진화했다. 방목으로 키운 '장닭'의 뼈와 가슴살을 발라내고 참숯에 구운 닭소금구이와 각종 한약재를 듬뿍 넣은 장닭백숙이 나왔다.

◆참새구이 맛나는 장닭소금구이

대구 수성구 들안길에 있는 '시골장닭' 입구에는 닭 사진이 걸려 있다. 산속에서 무리지어 노니는 닭을 비롯해 새처럼 훨훨 나는 닭도 보인다. 이곳에 닭을 공급하는 농장(경산시 하양읍 무학산 해발 700m) 사진이다.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자연에 방목해 키우는 토종닭이다. 토종닭은 일반 육계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다. 1, 2개월 이내에 소비되는 육계에 비해 토종닭은 최소 6개월 이상 혹은 1년은 자라야만 요릿감이 될 수 있다. 체구는 일반육계보다 작지만 대신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신진수 사장은 "자연에 방목해 키우는 닭은 잘 자라지도 않아요. 6개월 이상 된 장닭만 사용하는데, 이 정도는 돼야 고기 맛이 좋습니다." 신 사장의 다음 말이 재미있다. "사위가 처갓집에 가면 장모가 씨암탉을 잡아 준다는 말이 있는데, 그 장모가 남편에게는 장닭을 잡아준다고 합니다. 그만큼 장닭이 암탉에 비해 몸에 좋다는 말이지요."

이 집의 메뉴는 소금구이와 백숙 등 두 가지. 장닭소금구이는 여느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 메뉴다. 소금구이에 사용되는 닭은 6개월 이상 된 장닭이다. "반년은 자라야 고기 맛이 좋습니다. 또 장닭은 몸에도 좋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장닭 부위 중에서도 날개와 다리 살만 사용한다. "가슴살은 퍽퍽해서 구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쫄깃한 식감이 있는 부위만 사용합니다."

뼈를 발라내고 가슴살을 제외한 고기는 이틀 정도 숙성한 후에 손님상에 내놓는다. 참숯 위에 올려진 고기는 생각보다 꽤 커 보인다. 오래 구우면 질기기 때문에 적당히 구워지면 먹기 좋게 자른다.

주로 이곳에서 회식을 한다는 태을양생한의원 직원들은 장닭을 사용하는 이 집 고기 맛이 특별하다고 했다. 정희승 씨는 "참숯 향과 불 맛, 닭고기 맛이 어울려 특별한 맛이 나요. 담백하고 맛있어요. 씹는 맛도 있고요." 이곳에서 닭구이를 처음 먹어봤다는 강미희 씨는 "구이 맛이 너무 고소해 참새구이를 먹는 것 같다"고 했으며, 박원주 씨 역시 "기름기 없고 담백해 나도 모르게 젓가락이 간다"고 했다. 김찬용 씨는 "장닭이라 그런지 씹는 맛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운이 좋으면 장닭에서만 나오는 고환을 맛볼 수 있다. 신 사장은 "장닭 고환은 정력에 좋다며 찾는 손님이 많지만 양이 정해져 있어 재수가 좋아야 맛볼 수 있다"고 했다. 구이를 다 먹으면 뼈와 가슴살, 그리고 각종 한약재를 넣고 곤 육수와 밥이 나온다.

◆한방백숙, 국물맛 끝내줘요

다음은 당귀와 황기, 하수오, 감초, 엄나무, 오가피 등 10여 가지 한약재가 들어간 '장닭백숙'이다. 백숙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보약'에 가깝다. 닭 냄새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향긋한 한약재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닭고기 특유의 냄새도 없다. 보통 백숙은 느끼한데 이곳 음식은 깔끔하다. 구수한 맛이 난다. 토종닭이기 때문이다. 우선 국물 맛이 일품이다. 진하면서도 담백하고 시원하다. 토종닭은 약간 질기다 싶은 만큼 살이 차지고 감칠맛이 더 있다. 토종닭 특유의 식감 때문이란다. 살이 단단해서 질긴 듯한 토종닭은 씹는 맛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 맞는 것 같다. 진한 국물까지 후루룩 마시고 나면 속이 은근하게 따뜻해지면서 어느새 송골송골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시각, 후각에 이어 미각까지 시골의 맛이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다.

강미희 씨는 "여느 닭요리와는 확실히 다르다"며 "고기도 생각보다 질기지 않아요. 씹는 맛이 있습니다. 한약재를 듬뿍 넣은 국물은 또 어떻고요." 김시륭 씨는 "백숙은 쌉싸래한 한약재 향도 좋고, 먹고 나면 일주일이 든든하다"면서 "대접받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고기를 다 먹고 나면 육수에 강황과 잣, 은행, 대추 등을 넣고 지은 찹쌀밥을 말아 먹는다. 정희승 씨는 "여기 오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맛도 있지만 보양이라 생각하고 다 먹는다. 밥을 말아 국물까지 남김 없이 먹는다"고 했다.

박원주 씨는 이곳에서는 죽은 꼭 먹어야 한다고 했다. "죽 맛이 죽여줘요. 올여름 장닭 먹고 힘내세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신 사장은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정성껏 요리한다"며 "장닭으로 요리하는 것을 알고 찾는 단골손님이 많다"고 했다.

장닭소금구이 5만원(대), 한방백숙 5만원(중), 닭개장 5천원, 닭칼국수 5천원. ※백숙은 1시간 전에 예약 필수.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

▷규모: 120여 석

▷주차장: 20여 대

▷예약: 053)767-2292,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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