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노화(老化)

얼마 전 90세와 70세 된 모녀가 병원을 찾았다. 처음 두 모녀의 얼굴을 보고, 90세 어머니보다 70세 딸이 더 나이가 많은 것으로 착각을 했다. 두 사람이 진료실을 나간 후 잠시 혼자 헛웃음이 났다. 가끔 환자의 얼굴과 실제 나이가 너무나 다른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환자의 질병이나 생활환경의 차이로 인한 경우가 많다.

의학적으로 '노화'란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질병과 사망에 대한 감수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쇠약해지는 과정이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돼 있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지나면 여름과 가을이 오듯이 몸도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장기 기능이 조금씩 약화되는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런 변화의 다른 이름이 '노화'다.

노화에 관한 이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 몸 안의 어딘가에 생체 시계가 있고 사람마다 미리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신체의 성장 및 발달과 노화 과정이 조절돼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살아가면서 외부 또는 주위 환경의 영향에 의해 세포나 신체 기관이 마모되면서 손상을 입고 몸이 점진적으로 제 기능을 잃어 가는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아마도 노화는 두 가지 모두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러나 노화는 사람마다 속도와 정도가 다르다. 노화를 결정하는 인자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질병으로 치료받고 있거나 65세 이상 고령자의 노화를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인자는 영양이고, 이어 운동과 감정 순이라고 한다. 그러나 건강한 젊은이의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놀랍게도 '감정'이라고 한다. 그다음이 운동이고, 영양이다. 건강한 젊은이는 하루쯤 굶거나 운동하지 않아도 몸에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극심한 두려움이나 분노 같은 격한 감정의 변화를 겪으면 몰라볼 정도로 얼굴에도 변화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노화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람마다 정해진 생체시계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살아가면서 외부 또는 주위 환경의 영향은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다. 질병으로 치료 중인 환자나 노인의 경우는 영양이 중요하다. 그러나 건강한 젊은이나 중'장년층은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아침부터 몸이 가볍고 상쾌한 날도 있고, 반대로 몸이 무겁고 불쾌한 날이 있다. 우리 몸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그날 몸 상태는 우리 감정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사소한 일에도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다. 양보와 배려가 실종된 사회인 것 같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젊게 살기 위해서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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