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과 김일성이 남침을 결심한 것은 당시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1950년 1월 12일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 때문이란 것이 정설이다. 그 연설에서 애치슨은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은 알류샨 열도에서 일본을 거쳐 필리핀까지라면서 한국과 대만은 언급하지 않았다. 애치슨이 한국과 대만이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된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의 연설은 누가 봐도 그렇게 여길 만했다.
하지만 애치슨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태평양 방위선을 언급하면서 "다른 지역의 방어는 국제공동체와 '약한 갈대'가 아닌 UN에 달렸다"는 말도 했다. UN이 결의하면 방어 반경 밖의 국가도 방어한다는 뜻이다. 애치슨이 그렇게 말한 이유는 UN이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당시 UN 안전보장이사회는 서방 민주주의 국가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믿음은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결국 애치슨의 연설은 방어선 밖의 모든 지역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하지만 소련과 북한은 물론 서방 세계까지도 한국과 대만은 미국의 방어 대상이 아니라고 오해했다. 이는 애치슨이 자초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였던 딘 러스크는 이렇게 회고했다. "불행히도 소련인들과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애치슨의 언급을 간과해버렸다. 애치슨은 우리의 소위 방어 반경 이외의 모든 것을 무시해버린다는 뜻이 아니었지만, 그의 견해는 오해를 면할 수가 없었다." ('냉전의 비망록')
이런 오해는 불식할 수도 있었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확인해주면 됐지만 그러지 않았다. 당시 국무부 관리들은 해명하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방위선 문제가 조용히 넘어가도록 하라고 애치슨에 조언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 결과가 6'25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담당 보좌역인 왈리드 파레스가 "트럼프는 동맹인 한국을 어떤 일이 있어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주한 미군 철수 문제는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제시할 옵션 중 마지막 시나리오"라고도 했다. 강조점이 한국 수호에 있는 것인지 방위비 분담이 되지 않으면 주한 미군을 철수한다는 데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주한 미군 철수는 한국 포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릿한 어법이 6'25를 초래했음을 트럼프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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