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뷰티학 개론] 여성들은 오늘도 당당하게 화장한다

화장,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다…스트레스·우울함도 푸는 가성비 좋은 치유법

화장은 여성들이 누릴 수 있는 큰 특권 중 하나이다. 적어도 화장으로 하루 동안의 셀프성형을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속지 말자 화장발'이란 말도 있다. 하지만 매일 아침 하루의 시작을 화장과 함께 전쟁터 같은 일상으로 출근하는 여성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스메틱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이 수천 년 동안 화장한 이유는 세 가지 감각(시각, 촉각, 후각)을 만족하기 위해서였다. 이 감각들을 자극함으로써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잊고 자신의 자존감을 포장할 수 있었다. 또한 화장을 사회적 신분을 표현하고 이성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화장을 시작했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지금까지 중 가장 오래된 '증거'는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Murcia) 지방에서 발견된 조개껍데기에서 유추된다. 영국 브리스롤대학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들이 노란색의 화장 색소와 검은색 광물이 섞인 붉은 파우더를 조개껍데기에 담고 화장 도구로 사용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문자도 변변히 없고 사회집단을 이뤄 사는 것도 열악했을 5만여 년 전에도 화장을 한 흔적이 있다니. 화장은 먹고 자는 것에 준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에 속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집트 시대의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는 클레오파트라와 당대 최고 미녀로 꼽히던 네페르티티 왕비의 화장법도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녀들은 모두 진한 눈화장을 하고 있다. 이집트의 눈화장은 미적인 목적 이외에도 신체를 보호하거나 주술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화장에 관한 유명한 일화를 남긴 르네상스시대의 패션 아이콘인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44년 동안 영국을 통치한 왕비로 그녀의 정치적 카리스마를 뒷받침해 주었던 것은 바로 그녀의 붉은색 머리와 창백할 만큼 흰 피부의 화장이었다. 여왕의 트레이드마크인 화장법을 통해 당당한 통치자로서의 면모를 완성시켰다고 한다.

조선실록에는 우리나라도 남녀 모두 흰 피부를 귀하게 여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의 대표 미인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단원 신윤복의 미인도는 갸름한 얼굴, 작은 두상, 희고 고운 피부, 꽃잎 모양의 붉은 입술, 풍성하게 틀어 올린 윤기 나는 검은 머리 등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조선시대 궁녀나 기녀들은 진주분으로 화장을 즐겨했고 조선의 마지막 국모인 명성황후도 러시아에서 들여온 화장분을 얼굴에 곱게 바르고 있었다고 기록된다.

역사 속에서도 알 수 있지만 여성들은 화장을 특권으로 누리고 또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에티켓으로 받아들였다. 나라를 통치하는 여성부터 여염집 아낙까지 여성이라면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고 있었던 것.

여성들의 화장 욕구는 현대에 와서도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여성의 최고 경쟁력으로 화장의 중요성이 높아만 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화장은 치유의 힘도 가지고 있다. 필자가 2000년 일본 전공 연수 시절 대학 노인 복지 연구팀의 화장테라피 수업을 참관했다. 아로마테라피, 컬러테라피, 아트테라피처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매개체로 화장을 활용하는 수업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노인들의 우울증 치료와 웰니스 라이프 목적으로 화장을 가르쳤다. 일상생활 중에 화장테라피를 실행하도록 함으로써 기분 전환과 자신감 회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 화장 도구로 자신의 얼굴이 정돈되고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가성비 좋은 삶의 전환법이 또 있겠는가?

이쯤 되면 필자가 화장 예찬론자로 불릴 수도 있겠지만 화장을 무조건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코너를 통해 화장을 통해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위축된 기분들을 추스르는 동시에 생활의 활력을 화장으로 얻을 수 있다는 충분한 명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도 여성들이 당당하게 화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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