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세계 교역의 향배는?

서울 출생. 관악고. 서울대 무역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국 통화재정팀장. 한은 부설 경제연구원 부원장
서울 출생. 관악고. 서울대 무역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국 통화재정팀장. 한은 부설 경제연구원 부원장

브렉시트·美 대선 포퓰리즘의 약진

현실 불만 기초한 반글로벌화 정서

상황 대처 지름길은 경쟁력 높이기

내유외강 리더십 찾기에 달려 있어

모처럼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주요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우리나라의 수출이 올해 들어 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은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는 오랜 가뭄 뒤의 단비와 같다. 경기침체의 고통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이나 해운조선업의 구조조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우리 국민 모두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확연하게 세계 교역 증대로 연결될 것인가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세계 교역 환경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경우인데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 이유는 최근의 무역 장벽 강화 흐름이 구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보호무역의 강도를 일부 누그러뜨릴지는 몰라도 추세까지 꺾지는 못하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작년 6월의 브렉시트와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양국의 민심 흐름과 유럽 전역에 퍼지고 있는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 현상을 주목한 데서 출발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난 민심의 공통점은 '반글로벌화'에 기초한 '반이민' 정서이고 그 이면에는 '현실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현실 불만이 실업이나 소득 감소 등 경제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다문화 추세에 대한 반감, 전통 가치의 훼손 등 사회문화적 요인도 가세되어 있어 경기회복만으로 치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구 학자들은 경제적으로는 소득 불평등 확산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사회문화적으로는 개인이익 추구 위주의 시장경제 가치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협력이나 소속감 등 인간의 사회적 욕구가 경시된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런 요인들이 왜 하필이면 보호무역주의나 반이민 정서로 변질되어 표출되는가이다. 원인을 따지자면 소득 불평등이나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불공정 무역보다 기술혁신에 따른 자동화와 임금 차등화가, 사회적 소속감 상실이나 전통 가치의 붕괴는 이민 증가보다 과거 수십 년간 서구 자본주의를 지배한 신자유주의 이념이 인간의 사회성 경시 풍조를 조장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무역 주장이나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기술혁신의 경제적 파장이나 신자유주의의 부작용과 같은 개념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지나치게 추상적인 반면 무역 장벽을 쌓는 외국정부나 일자리를 뺏는 불법 이민자는 그 이미지가 구체적일 뿐 아니라 정서적 유대가 없는 외부인이어서 유권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속죄양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사실 왜곡 현상은 19세기 후반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축적된 구조적 문제점들이 무역 장벽 강화와 파시즘 확산으로 연결된 1930년대의 서구 역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금융자본의 '탐욕'만 적절히 제어하면 시장경제의 글로벌화 추세가 지속되리라 믿어 왔다. 그러나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은 이런 믿음이 틀렸고 경제적, 사회적 소외 문제도 적극 대처하여야 함을 말하고 있다. 문제는 1950년대와 60년대 서구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뒷받침하였던 노동조합과 복지 제도가 탈공업화로 인한 노동 계층의 분화와 저성장 기조로 인한 재정 능력 감소로 약화된 상황에서 이를 대신할 포용 장치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점이다. 이는 외부 세력을 속죄양으로 삼아 글로벌화의 불만을 잠재우는 임시방편적 대응이 팽배할 것이고 그 결과 힘의 논리에 의해 세계 교역이 교란되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원론적이지만 힘의 논리를 이기는 첩경은 수출 경쟁력 제고와 내수 기반 확충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한편 국민 단합을 토대로 외부 압력에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시작은 안으로는 국민의 화합과 고통 분담을 이끌어내고 밖으로는 국익을 대변하는 내유외강(內柔外剛)의 리더십 모색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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