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드 연내 배치 무산, 국가 안보에 도움되는가

사드 발사대 보고 누락 논란은 사드 배치의 긴급성에 대한 한미 양국의 분명한 시각차를 노출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의 비공개 합의대로 연내에 배치가 완료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음이 분명해 보인다. 경북 성주의 사드 포대에 대해 1년 이상 걸리는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하게 되면 한미가 합의한 사드 연내 배치는 무산된다.

물론 문 대통령의 생각이 사드 배치 연기나 보수 진영의 주장대로 사드 철회에까지 닿아 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대선 기간부터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사드 관련 발언을 되짚어보면 박근혜정부와 미국이 합의한 사드 배치 시간표를 그대로 따를 뜻이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정식 환경영향평가 지시는 그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이런 사드 관련 행보가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점이다. 현재 미국은 불편해하는 기색을 최대한 자제하는 인상이다. 지난 5일 제임스 시링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만난 뒤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청와대의 보도자료상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시링 국장을 포함한 미국 정부 내 고위 관계자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원치 않으면 사드를 뺄 수도 있다"는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의 말이 미국의 더 솔직한 정서일지도 모른다.

보고 누락이 의도적이건 아니건 그에 대한 조사는 미국이 양해할 수 있겠지만 사드 배치가 계속 연기되는 상황까지 미국이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절차인 공청회가 사드 반대 단체나 현지 주민의 방해로 무산되거나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면 환경영향평가는 질질 끌 수밖에 없다. 전례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게 되면 사드 배치는 물 건너가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이는 다른 국가에게도 한국은 이전 정부의 군사'외교적 합의를 다음 정부가 뒤집어버리는 믿지 못할 국가로 각인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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