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대구은행 본점 앞 옛날 수성뜰에서 황금동 쪽을 바라다보며

오손도손이란 말이 점점 없어진다

옹기종기란 말도 점점 없어진다

아웅다웅이란 말도 점점 없어진다

아기자기란 말도 점점 없어진다

다문다문이란 말 같은 것은

이제 참 듣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스물스물 같은 말도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전설적인 살충제인 디디티(DDT)의 등장으로

이와 빈대 벼룩까지 싸그리 없어졌으니

(시집 「대구」 1집 『大邱』 오성문화 2016)

그 옛날 수성뜰 자락인 황금동, 지산동, 두산동, 범물동은 그야말로 전원(田園) 내음이 물씬 풍기는 한촌(閑村)이었지만 지금은 첨단 빌딩이 숲을 이루고 아파트 촌이 즐비한 도심지가 되었다. 시대가 변천하면 언어도 바뀌기 마련이다. '옹기종기' '오손도손' '아웅다웅' '아기자기'와 같은 형용사나 부사들은 대가족을 이루어 단칸방에서 한 가족이 피붙이들끼리 서로 맨살을 부벼대고 복작거리며 살던, 그리고 그런 형편의 고만고만한 이웃들이 살던 시절에 많이 쓰던 말이다. 이른바 핵가족이라 하여 부부와 많아야 아이 하나 정도 데리고 사는 단출하기만 한 잘 정돈되고 구획된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지금의 시절에는 이런 말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금 본지에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라는 타이틀 아래 연재 중인 작품들의 텍스트인 『대구시지』(大邱詩誌)는 우리의 고향 '대구'의 자연과 생태를 비롯하여 지리 역사 언어 서정 풍물 음식 명소 사찰 서원 인물 민속 설화 등 대구의 온갖 인문 지리를 시로 기록하는 대하서사시(大河敍事詩)이자 방대한 인문기록서(人文記錄書)다. 『대구시지』의 시대적 배경은 우리나라 최대의 격동기였던 8'15해방과 6'25전쟁, 5'16혁명 그리고 산업화, 근대화의 시기를 거쳤던 1940~1970년 전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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