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포털인 '교실ON.'에 접속
웹캠 통해 교사·학생 얼굴 전송
발언권 버튼 눌러서 질의 응답
은유적 표현 배우는 부분에선
화면에 보조 교재 파일 띄워
수업의 시공간적 한계 없어져
대구시교육청 1학기 시범운영
내년엔 17개 시도 교육청 실시
영상·목소리 끊김 현상 고쳐야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미래형 학교'의 첫 단계는 개별 학생의 흥미와 욕구에 맞춘 교육 방식에서 출발한다. 지난 몇 년간 대구의 고교에서 볼 수 있었던 ▷진로집중과정 ▷소수 선택과목 개설 ▷협력교육과정 등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첫 단계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교실 수업의 모습이 온라인 영역으로 확대된다. 교사들은 온라인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수업의 시공간적 한계가 없어지고,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다양한 수업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달 22일 대구교육연구정보원에서는 온라인공동교육과정 도입을 위한 시범수업이 진행됐다.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는 수업 현장과 새 학기부터 학생들이 받게 되는 온라인공동교육과정의 방향 등을 살펴봤다.
◆모니터로 교사와 학생 소통
대구교육연구정보원 5층에 있는 대·소형 스튜디오는 조명, 사람의 움직이는 방향을 인식해 촬영하는 카메라, 대형 스크린 등을 갖춰 온라인 수업을 실시간으로 중계, 녹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날 시범수업은 김언동 다사고 교사의 철학 수업으로 시작됐다. 김 교사는 우선 온라인공동교육과정 공식 포털인 '교실ON.'(교실온닷)에 접속해 강의 준비에 들어갔다. 이 수업을 듣는 학생 10여 명이 사이트에 접속하자 김 교사의 모니터에는 웹캠을 통해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얼굴이 전송됐다. 이어 학생들은 마이크로 수업 준비가 됐다고 교사에게 알렸다.
학생들은 정보원 다른 층에 별도로 마련된 컴퓨터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도 수업 분위기만큼은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과 거의 흡사했다. 김 교사가 스피커 볼륨을 높이자 학생들의 대화와 웃음소리로 스튜디오가 떠들썩해졌다. '발언권' 버튼을 누른 학생이 있으면 바로 교사가 보는 화면에 표시되기 때문에, 김 교사는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줄 수 있었다.
수업 중 '은유'적 표현을 배우는 부분에서는 교사가 보조 수업교재 파일을 띄워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어 김 교사가 은유적 표현이 사용된 광고 동영상을 틀자 학생들은 광고에 대한 의견을 교사와 친구들이 볼 수 있는 채팅방에 쏟아냈다.
이날 오후에는 최정아 화원고 정보과 교사가 '프로그래밍'을 주제로 수업을 펼쳤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교실 수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 교사에게 질문했고, 모니터로 이를 본 교사가 답변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수업을 마친 뒤 학생들은 '화면 공유' 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프로그래밍 결과를 교사에게 제출했다.
최 교사는 "기존 EBS 수업이나 인터넷 강의보다 채팅창, 발언권 버튼을 통해 학생으로부터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게 이 수업 방식의 장점이다"며 "다만 프로그래밍에서 알고리즘 풀이의 경우 학생마다 풀이 과정이 달라 학생들의 모니터를 보면서 지도하는 게 중요한데, 이는 향후 개발업체에서 개선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최 교사는 앞으로 수업 주제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처음에는 정보과 과목이 온라인에 맞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과목 문제가 아닌 교사의 수업 형식이나 주제가 온라인 방식에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학생들이 이동할 필요 없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고, 교실이나 교사 수가 적어도 동시에 다양한 수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실시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네르바 스쿨'이 대표적이다. 미래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 학교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모든 학생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고, 동료 간 토론으로 궁금증을 해결한다.
현재 전국 각 시도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온라인공동교육과정은 '2015 개정교육과정'과 2022년부터 적용되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마련됐다. 교사 수급 부족으로 개별 학교에서 소수선택과목을 개설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새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한다. 3월 초부터 지역 자율형공립고 및 일반고 중 40곳을 선정해 학교별로 학생 수요 조사를 실시한다. 그 후 개설할 강좌 수 및 과목을 결정하고, 기술적 문제를 추가로 보완해 3월 말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청은 우선 1학기 때는 강좌 5개 정도를 온·오프라인 방식을 섞어 운영하기로 했다. 온라인공동교육과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1학기 때는 교육청이 강좌 개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2학기 때는 개별 학교의 자율에 따라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최진아 시교육청 장학사는 "1학기 때는 한 과목이 총 36차시라고 쳤을 때 20차시 정도는 오프라인, 16차시는 온라인 방식을 섞은 방안으로 운영해볼 계획이다. 또 실험과 실습이 중요한 과목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이 기간 검토해볼 것이다"며 "2학기부터는 강좌 개설 등을 학교 자율에 맡겨 완전한 형태의 온라인 수업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전국 시도교육청 도입
올해부터 온라인공동교육과정은 전국적으로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뉘어 본격적으로 시범운영될 전망이다.
상반기(1학기)에는 서울, 인천, 대구, 충남, 전남, 경남 등 6개 시도 교육청에서, 하반기(2학기)에는 경기, 부산, 울산, 세종, 강원 등 5개 시도 교육청에서 운영된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모두 온라인공동교육과정을 실시한다.
한편, 시범수업에서는 일부 기술적 문제도 추가로 보완해야 될 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일부 학생은 수업 중 선생님의 목소리나 영상이 한 번씩 끊겨 수업 흐름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집 등 다양한 장소에서 시범 운영해 기술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며 "온라인수업을 위해 개발된 다양한 콘텐츠가 오프라인 교실 수업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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