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반 '50년 축하연'
기념문집 '그리고…' 발간
전국 활동 문인·작가 배출
도광의 시인 26년간 지도
시인 기형도는 대구를 '시인들만 우글거리는 신비한 도시'라고 했다. 순수성과 감수성이 각별한 시기인 고교시절,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받았던 학생들이 많았기에 대구는 '시(詩)의 고장'이라는 별칭을 얻을 수 있었다.
1960, 70년대부터 '계단'(대구고), '소라'(대구상고), '씨알'(대륜고), '알암'(정화여고), '코스모스'(제일여상), '햇살'(경북여고) 등 고교 문예창작반은 문학청년의 꿈을 그득히 담아냈다. 그중에서도 대구 대건고 문예반 '태동기'는 오랜 세월 끈끈한 유대와 화려한 동인을 자랑하는 문예창작 동아리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대구 대건고 문예창작반 '태동기'가 10일(토) 오후 5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아르떼'에서 창설 50년을 기념하는 '태동기 50년 축하연'을 연다. 단국대 교수인 박덕규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축하연에는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 황충상 '문학나무' 발행인, 이태수홍승우 시인, 인천대 명예교수인 오양호 문학평론가 등이 참석한다.
태동기문학동인회는 이날 재학생졸업생과 지도교사, 준회원의 글을 엮어 펴낸 50년 기념문집 '그리고, 우리는 쓰기 시작하였다'를 지도교사였던 도광의 시인 등에게 전달한다.
'태동기'는 1969년 4월 당시 대건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상훈김성일이대수장태진하광웅 학생이 '태동기'라는 이름으로 문예반 활동을 시작한 것이 뿌리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 태중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문학인이 될 준비를 한다는 뜻을 담았다. 첫 지도는 김시업 선생이 맡았으며, 이어 부임한 도광의 시인이 26년간 문예반을 맡아 '태동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뛰어난 실력으로 전국 문예대회와 백일장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때부터다. 국내 고교 동아리 가운데 50년간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이를 기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태동기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학생 문사였다. 대구는 물론 전국에서 활동하는 걸출한 문인,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가 가운데는 태동기가 낳은 이들이 적잖다.
서정윤조성순박덕규권태현안도현이정하 시인을 비롯해 이경식김완준 작가, 하응백 문학평론가 등이 태동기를 거쳤고, 문학 외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회원으로는 최보식 신문기자, 강효상김상훈 국회의원, 신대원 신부, 오석륜 번역가 등이 있다. 이 밖에 '태동기'는 아니었으나 박상옥이재행백종식 시인 등이 특별회원으로, 박기섭정대호 시인 등이 준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기념문집은 태동기 50년 역사를 만든 이들이 함께 엮었다. 태동기 회원과 지도교사, 재학 당시 문예반은 아니었지만 등단해 작품활동을 하는 문인, 태동기 출신과 가깝게 지내온 문학인이 만들었다. 입시경쟁 속에서도 문학적 순수성을 잃지 않은 대건고 재학생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태동기문학동인회는 기념 문집 첫머리에 "태동기는 50년 세월을 두고 끈끈한 유대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태동기의 이름으로 만나고 뭉친 사람들이 추억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희미해져 가는 대구 문학, 나아가 십 대들의 잃어버린 문학적 상상력에 대해 성찰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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