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나 송어는 후각과 기억에 의해 태어난 곳뿐만 아니라 부화지까지도 찾을 수가 있고, 철새들도 머나먼 거리를 정확하게 오가며 매년 새끼를 길러낸다. 특히, '큰뒷부리도요'라고 불리는 새는 번식을 마친 후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1만여㎞를 날아가는 동안 먹이는커녕,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귀소본능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에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본성으로 태어나기 이전부터 몸과 영혼 깊은 곳에 저장된 절대 가치이다.
"하늘과 별 그리고 신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은 귀소성에 비롯된 욕망을 보여준다. 누구나 자신을 세상에 나오게 한 근원에 마음이 끌리는 법이다"라고 에릭 호퍼가 말했다.
최근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분리주의와 자치 확대' 움직임을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 지역의 공통적인 특징은 통합의 역사가 짧고, 자치의 전통이 강하여 자기 지방에 대해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사실 유럽은 수많은 소국으로 나뉘어 1천 년 이상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분리와 자치'의 귀소성을 가진 유럽은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방이나 스페인 카탈루냐 또는 바스크 지방처럼 분리 독립의 요구와 이탈리아 북부지방처럼 자치권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대구의 귀소성은 무엇일까. 국권을 지키기 위해 국채보상운동을 벌였고, 2·28민주운동으로 독재에 저항한 대구의 정신은 마치 귀소본능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1999년)과 2·28기념공원(2003년)을 조성하게 만들었고, 결국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 2월 28일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게 하였다. 대구는 달구벌 천도를 꿈꾼 신문왕에게는 기회의 땅이었고, 명나라 두사충에게는 천하 최고의 명당이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6·25전쟁 때는 최후의 방어선으로, '민주'를 지키기 위해 독재정권에게는 2·28 항거로, '국부'를 지키기 위해 일제에는 국채보상운동으로 저항한 '자유'와 '민주' 그리고 '국부'라는 귀소본능을 가진 도시이다.
또한, 손기정의 가슴에 그려진 일장기를 말소한 '현진건의 용기'와 근로기준법의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의 희생'과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치유의 시로 노래한 '김광석의 감성'은 모든 '대구인'들의 영원한 '귀소성'이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늘 시대가 개혁을 원하면 앞에서, 안정을 원하면 뒤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도시인 대구의 위대한 역사와 귀소본능을 잊지 말자. 대구는 보수나 진보의 이념도시가 아니다. 그저 위대한 정신을 가진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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