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오늘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문 대통령이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면 (문)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얘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출입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을 소개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연이어 쏴대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일본이라는 강대국까지 위협하던 김 위원장이 갑자기 달라진 것이다.
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일 백악관에서 한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런 제안은 김 위원장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 이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을 통해 보여온 대화 공세의 지향점이 결국 북미 관계 개선에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단기적 국면 전환을 위한 전술적 의도를 넘어, 자신들을 둘러싼 안보 환경의 큰 틀을 바꾸려는 새로운 전략을 갖추고 행동에 본격 나섰다는 의미로 읽힌다.
북한이 남북 대화에다 북미 대화까지 추진할 정도로 갑자기 변한 것은 주력 수출품 차단, 외교 관계 축소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및 압박 강도가 과거와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커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담판에서 지렛대로 쓸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5'형을 발사하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들이 비핵화 조건으로 언급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 측의 통 큰 조치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마지막 목표는 '북미관계 정상화', 즉 북미 관계의 적대적 성격을 바꾸는 데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과 수교하거나 한반도 평화체제 합의를 통해 자신들의 이른바 '안보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고지도자 만남을 통한 이른바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으로 미국과의 문제를 풀어갈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2012년 북미 2'29 합의 등 그동안 미국과 한 합의들이 모두 실무선에서 논의하고 최고지도부의 재가를 받는 바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이뤄졌다가 깨어진 경험을 고려했을 수 있다.
오는 9월 9일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북한은 앞으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어질 대외적 성과를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전해 체제 결속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시간적으로 아직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만큼의 카리스마를 갖추지 못한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맞상대하는 세계적 인물이라는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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