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월 북미 정상회담] 달라진 김정은 "文대통령 NSC로 잠 안 설쳐도 돼"

주변국 위협하던 北 변화 속셈은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청와대 제공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오늘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문 대통령이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면 (문)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얘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출입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을 소개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연이어 쏴대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일본이라는 강대국까지 위협하던 김 위원장이 갑자기 달라진 것이다.

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일 백악관에서 한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런 제안은 김 위원장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 이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을 통해 보여온 대화 공세의 지향점이 결국 북미 관계 개선에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단기적 국면 전환을 위한 전술적 의도를 넘어, 자신들을 둘러싼 안보 환경의 큰 틀을 바꾸려는 새로운 전략을 갖추고 행동에 본격 나섰다는 의미로 읽힌다.

북한이 남북 대화에다 북미 대화까지 추진할 정도로 갑자기 변한 것은 주력 수출품 차단, 외교 관계 축소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및 압박 강도가 과거와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커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담판에서 지렛대로 쓸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5'형을 발사하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들이 비핵화 조건으로 언급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 측의 통 큰 조치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마지막 목표는 '북미관계 정상화', 즉 북미 관계의 적대적 성격을 바꾸는 데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과 수교하거나 한반도 평화체제 합의를 통해 자신들의 이른바 '안보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고지도자 만남을 통한 이른바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으로 미국과의 문제를 풀어갈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2012년 북미 2'29 합의 등 그동안 미국과 한 합의들이 모두 실무선에서 논의하고 최고지도부의 재가를 받는 바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이뤄졌다가 깨어진 경험을 고려했을 수 있다.

오는 9월 9일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북한은 앞으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어질 대외적 성과를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전해 체제 결속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시간적으로 아직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만큼의 카리스마를 갖추지 못한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맞상대하는 세계적 인물이라는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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