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알아야 면장도 한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 이 말은 공자가 아들에게 공부하고 익혀야 담벼락을 마주 보는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높은 자리에 서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뜻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직위나 계급이 능력과 늘 비례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론들이 있다. 먼저, 피터의 법칙은 위계조직 내에서 모든 구성원은 무능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어, 고위직은 무능한 인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즉, 유능한 직원이 늘 유능한 간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사실 자신의 무능을 인식하거나 인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무능이 입증되는 지위까지 승진한 자들은 무능을 감추려고 더욱 열심히 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며 결재서류에 오타라도 발견 못하면 불안해한다.

딜버트 법칙은 창의적인 도전과 혁신을 두려워하는 조직은 똑똑한 직원보다 회사에 타격을 가장 적게 입히는 무능한 직원을 가장 먼저 승진시킨다고 보는 이론이다. 이 법칙이 조직의 일반원리로 적용되면 권력자는 권력 유지를 위해 무능한 직원들을 고위직으로 승진시키고,조직원들은 감사나 징계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모험적이거나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업부서는 피하고 안정적인 지원부서를 선호하게 된다. 결국 조직은 '어떻게 하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일까'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고위직에 무능력하고 보신주의(保身主義)로 무장한 자들로 채워지고, 중요 의사결정이 단순히 계급이나 서열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 조직은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사라지고 만다.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의 결합으로 조직과 개인의 동반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방법에 대한 답을 백범 김구에게 찾아봤다.

백범은 독립운동 세력들의 분열을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사욕에 있다고 보고 '머리가 되기 위해 싸우지 말고 발이 되기 위해 다투자'는 쟁족운동을 주장했다. 다시 말해 실력도 없이 높은 자리를 다투지 말고, 먼저 자기 실력에 맞게 낮은 일부터 충실히 하면 결국 밀려서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이었다. 백범이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자청하며 발 노릇을 열심히 한 결과, 임시정부의 머리인 '주석'이 된 것을 보면 백범의 '쟁족'은 성공한 셈이다.

반드시 유능한 자만이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리더는 최소한 목표를 이해하고 명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리더의 모호한 지시는 부하들이 통나무를 깎아서 이쑤시개를 만드는 우(愚)를 범하게 만든다.

성철 스님은 제자들에게 '공부하다 죽어라'고 말했다. 나를 알고, 너를 알고, 우리를 아는, 그런 공부를 해보자. '알아야 면장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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