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김정은의 속내

"과연 진정성이 있을까?"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요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속내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일부에선 북한이 온갖 핑계를 대며 '비핵화'를 거부할 것이라고 했고, 다른 쪽에선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비핵화'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터인데, 김정은의 마음을 누가 알 것인가.

흥미로운 사실은 6일 대북특사단이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갖고 귀국했을 때와 9일 미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발표할 때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북한의 파격적인 반응에 어리둥절해하면서 '북한의 쇼' '시간벌기' 따위의 부정적인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이제는 한국의 보수적인 전문가조차 '속단은 금물'이라는 전제를 달긴 하지만, 북한의 '핵 포기 수용'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12일 대구를 찾은 김영환(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씨와 지인 몇몇이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북한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김 씨는 1985년 '강철서신'을 통해 주체사상을 도입한 주사파의 원조였지만, 1990년대 후반 전향해 북한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인사다. 그의 식견은 흥미롭고 유익했다.

그는 "김정은은 비핵화를 수용하고 경제 개발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 이유로 김정은은 집권 후 6년 3개월 동안 ▷시장(장마당)을 단속한 적이 한 번도 없고 ▷농업 개혁을 통해 식량 증산(연 350만t→500만t)에 성공했고 ▷평양 신도시인 려명거리를 내자(內資) 조달을 통해 1년 만에 완성한 점 등을 들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경제 문제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 개혁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핵경제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을 모두 없앴다고 선전해도, 꽁꽁 숨겨놓으면 찾아낼 방법이 없고, 실제로 모두 없앴더라도 ICBM 같은 관련 기술만 갖고 있으면 순식간에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며칠 전 백주현 전 카자흐스탄 대사는 북한이 경제 개발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한 카자흐스탄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그보다는 핵무기를 은닉하거나 잠재적인 핵무장국으로 남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이럴 경우 북한 비핵화에 성공했다고 규정할 수 있을지,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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