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덕꾸러기 신세…삼성창조캠퍼스 왜가리

소음·배설물 피해 민원 잇따르자 히말라야시더에 전지·청소작업

16일 오후 대구 삼성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있는 히말라야시더에 왜가리들이 앉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와이어가 설치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6일 오후 대구 삼성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있는 히말라야시더에 왜가리들이 앉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와이어가 설치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 북구 침산동 삼성창조캠퍼스에 둥지를 틀면서 '북구 명물'로 대접받던 왜가리(본지 2017년 3월 20일 자 2면 보도)가 1년 새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왜가리들의 쉼터였던 이곳에 최근 유동인구가 늘면서 왜가리의 배설물과 소음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

15일 오후 옛 제일모직 기숙사 건물 앞 히말라야시더에는 왜가리 20여 마리가 모여 있었다. 한때 100여 마리에 달했던 왜가리 숫자가 최근 크게 줄었다고 한 주민은 설명했다. 이 주민은 "지난해 11월 삼성창조캠퍼스 관리사무소가 히말라야시더 전지작업을 했고 최근에는 청소작업을 하면서 많은 왜가리들이 인근 대형마트 등의 건물 옥상으로 쫓겨나기도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창조캠퍼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1년 동안 왜가리가 내는 소음과 배설물에 따른 민원이 20건 넘게 들어왔다. 세탁비나 세차비를 요구하는 항의도 많았다"며 "고압세척기로 주기적으로 청소해도 배설물 자국이 지워지지 않을 정도다. 이대로 두면 나무도 고사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최소한의 조치로 일부 나무의 전지작업을 했지만 살고 있는 새들을 몰아낸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철새인 왜가리가 따뜻해진 겨울 날씨와 신천'금호강이 깨끗해지면서 먹잇감이 늘어나 겨울에도 떠나지 않고 도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특히 장거리 비행이 힘든 늙은 왜가리를 중심으로 전체 개체의 20~30% 정도는 대구에서 겨울까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삼성창조캠퍼스는 왜가리들이 금호강과 신천을 쉽게 오갈 수 있어 먹이 경쟁에 유리한 곳"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과 범어배수지 등을 중심으로 대구에만 1천 마리 이상의 왜가리, 백로 등이 서식하고 있다. 남궁대식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도심에서 철새들과 인간의 공존은 쉽지 않다. 따라서 금호강 주변에 사람과 자연의 완충지대를 마련하고 왜가리들이 선호하는 소나무, 참나무 군락을 조성해 집을 짓고 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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