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014년에 25%가 65세 이상
서기 3000년엔 일본 인구 1천명
한국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 심각
아가의 울음소리 들리는 나라로
일본은 2014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5.9%, 네 사람 중 한 사람이 노인인 나라가 되었다. 한편 출산율은 떨어져서 고령자의 수가 어린이(만 14세 이하)의 수를 웃돈다. 숫자로 말하기보다는, 성인용 기저귀가 아기 기저귀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다.
이렇게 인구 감소가 진행되면, 계산상 일본인은 지구에서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인구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서기 3000년 일본 인구는 1천 명이란다. 더 재미난 연구가 있는데, 도호쿠대학 대학원 경제학자들이 '일본 어린이 인구시계'를 만들어서 일본 열도에 마지막 한 명의 어린이가 남게 되는 시간을 계산했다. 이게 3776년 8월 13일이란다.
친정 엄마가 일본에 있다. 나와 동생이 집을 떠나고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이른바 홀몸노인이다. 어쩌다 찾아가면 엄마의 공간은 분주해진다. 침대 옆에 요를 깔고 손녀딸까지 삼대가 누우면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웃다가 웃다가 배가 고프다면서 양푼에 밥을 비벼서 숟가락 셋을 꽂고 다시 웃음보를 터뜨린다. "엄마, 이러다 시끄럽다고 쫓겨나는 거 아니야"라고 했더니, 걱정하지 말란다. 옆집 어른은 얼마 전 돌아가셔서 비어 있고, 아랫집은 노부부가 사는데 둘 다 귀가 어두워 엔간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기야 이게 여기만의 일이겠는가. 얼마 전 아사히신문에서 '고령화하는 야쿠자'라는 제목을 보고 혼자서 낄낄낄 웃었다. 이탈리아의 마피아와 함께 무시무시한 이름의 폭력조직 야쿠자도 고령화라니 무슨 코미디 소재 같았다. 통계에 따르면 50대가 20.0%, 60대가 15.1%, 70대 이상이 6.0%, 이른바 약 2만 명 조직원의 반수에 가까운 수가 50대 이상인 셈이다. 왕성하게 활동할 20대는 4.7%에 불과하다 하니 70대 이상 야쿠자의 수보다 적다.
2011년 규슈지방에서 야쿠자 조직끼리 싸움이 있었는데, 상대 조직 두목 집으로 2개의 권총을 소지하고 뛰어들어 수류탄을 터트려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나이가 당시 78세였다. 야쿠자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지만, 한때 '야쿠자 영화'가 일본 영화의 한 축을 이루었기 때문에 정계 및 재계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서 탄탄한 조직망을 갖춘 이들의 세계를 엿보았다. 지금은 특별히 볼만한 야쿠자 영화가 없는 대신, 야쿠자의 고령화를 반영한 '영감탱이 야쿠자'(ジジゴク)라는 만화가 있고, 늙은 야쿠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물이 있다. 일본 전체가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야쿠자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도쿄 중심가 노숙자들의 세계에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의하면 평균연령이 60세를 웃돈다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사회, 노숙자들도 야쿠자들도 늙어가는 일본, 웃을 일만은 아니다. 후생성 산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서는 2060년까지 인구 1억 명 선을 사수한다는 목표 아래 30년 가까이 출산장려 지원, 육아복지 지원, 의료보험제도 개선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15년 아베 신조 총리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내각에 '1억총활약' 전담 장관이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장관명에 '1억총활약'이라니, 우스꽝스럽지만 미래에 대한 절박함 그리고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한다는 목표와 임무가 정확하게 표명된 이름이다. 그럼에도 작년 출생아 수는 저조했고, 매년 20만~30만 명씩 인구가 줄고 있어서 출산 정책에 실패한 나라로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녀양육비 지원 운운하면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목적세'(가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세금을 신설한다는 건 반갑지 않은 이야기지만, 정부는 지난 12년간 126조원을 쓰고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모양이다. 아가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태어날 아이도 중요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이 교실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행복한 나라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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