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8월 17일 런던 거리를 걷던 44세 남성이 시험 주행 중이던 자동차에 치여 숨졌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었다. 그런데 당시 가해 차량의 속도는 시속 6.4㎞에 불과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차량의 제한 속도가 도시 3.2㎞, 교외 6.4㎞였는데 차량 속도 제한을 23㎞로 늘리는 내용의 새 법령이 제정된 지 몇 주 만에 일어난 불상사여서 영국 사회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1899년 최초의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해 서울에서 다섯 살 어린이가 노면 전차에 치여 숨졌다. 그런데 사고가 났는데도 전차가 그냥 제 갈 길을 가는 바람에 분노한 부모와 군중이 전차를 때려 부쉈고 겁먹은 기관사는 차를 버리고 도망갔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는 한 해 1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운전자든 탑승자든 보행자든 도로에서는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그래서 인공지능(AI) 자동차 운행시스템이 범용화되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이 세계 각국에서 한창이다.
통계상 교통사고의 95%는 운전자 부주의로 발생한다.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면 대부분의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복병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길을 건너던 여성이 자율주행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로봇 자동차'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의 개발 속도라면 2020년쯤에는 기술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가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숙제는 다른 곳에 있다. 윤리적'법적 문제다. 자율주행차 운행 중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운전자인가, 자동차 회사인가. 충돌사고가 불가피해 자율주행차가 운전자와 보행자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차악(次惡)의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을 보호하도록 프로그래밍되는 것을 사회가 용인할 수 있을까.
이는 기술이 아니라 윤리의 영역이어서 데이터화하기도, 객관화하기도 어렵다. 로봇 자동차가 학습을 통해 윤리의식을 높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술개발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자율주행차 운행에 따른 윤리적'제도적 규범에 관해 각국은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깊은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난제 중의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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