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날 보러 와요] 잉카마야박물관 '재규어 받침 토기'

이국적 동물이 떠받든 그릇에 뭘 담았을까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문경 잉카마야박물관 내부 모습.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문경 잉카마야박물관 내부 모습.

폐교된 문경 문양초 개조

남미 근무 김홍락 전 대사

수집 골동품'그림 등 전시

잉카문명서 땅 상징 동물

제사용 그릇으로 추정

여러 상상의 즐거움 안겨

박물관, 기념관, 역사관 등 이야기의 보고, '관'(館)에서 만난 전시물들의 이야기입니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어, 귀한 것들. '날 보러 와요'에서 소개합니다.

의외의 곳에 신기한 물품들이 널려 있다면 뭔가 수상한 낌새를 채는 게 인지상정이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왠지 실존인물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코난 도일이 분명 소설 속 주인공으로 썼음에도 추리소설 마니아들마저 실존인물로 가끔 착각하는 셜록 홈즈가 그래왔듯이.

문경시 가은읍에 잉카마야박물관이 있다. 역사 시간에 배운 잉카마야가 맞다. '문경에 웬?'이라 뜨악해할지 모르나 잉카마야 관련 흔적은 국내 어디에 있든 부자연스럽긴 마찬가지다. 통탄할 일이지만 문명의 깊이에 비해, 지속 기간에 비해 잉카마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알려지길 간략히 알려졌다. '시험 문제에 잘 안 나왔다'라고 단칼에 자르기엔 우리 역사 교과 과정을 시험용으로 패대기치는 것 같아 죄송스럽긴 하나 사실이다. 멕시코, 페루, 볼리비아, 칠레 등 월드컵축구에서 1승 제물로만 재보던 나라들의 고대 역사가 시험에 자주 나왔다면 잉카마야박물관의 희소성은 외려 부각되지 못했을 것이다.

잉카마야박물관에는 잉카문명의 근거지였던 안데스산맥을 따라 있는 나라들. 페루, 볼리비아, 칠레, 에콰도르 등 남미 서쪽지역에서 외교관으로 있었던 김홍락 전 대사가 수집한 골동품과 그림 등이 전시돼 있다.

잉카마야문명 교과서 한 권을 새로 내도 될 정도의 양을 자랑하지만 이곳에서 자국 문화재급 위엄을 풍기는 전시물이 있다. 에콰도르에서 온 '재규어 받침 물잔'이다. 서기 700년쯤 제작된 걸로 추정된다. 재규어는 잉카문명에서 땅의 상징이었다. 하늘의 상징인 콘도르와 짝을 이룬다. 땅에서 난 작물을 담은 그릇이 아니었을까 추측하며 부가 설명을 김 전 대사에게 요청했더니

"나도 자세히는 모르나 그것과 비슷한 것이 그 나라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아마도 제기(제사용 그릇)로 사용됐을 것 같다"고 했다.

'제기'라는 말에 2006년 개봉된 영화 '아포칼립토'가 떠올랐다. 피 칠갑을 한, 태양의 후예를 자처한 마야제국 지배자들의 미개한 제사 방식과 제물이 되지 않으려는 자의 도주 활극만 어렴풋했다.

김 전 대사는 "마야제국은 실제 사람을 제물로 썼다. 마야문명에서는 제물의 피를 원료로 태양이 매일 떠오른다고 생각했기에 백성 스스로가 제물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폐교된 옛 문양초등학교를 개조한 잉카마야박물관에는 '재규어 받침 토기' 외에도 유추(고산지대 주민이 쓰던 모자)와 잉카제국 사람들이 그린 천사의 그림 등이 각 교실에 걸려 있다. 문자가 없어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제국이었기에 관람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한껏 남겨둔 전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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