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안동댐에 물이 들어차면서 사람들은 고향 마을을 떠나야 했다. 안동 와룡면과 도산면, 예안면과 임동면 일대 3천100여 가구, 2만6천여 명이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등져야 했다. 그들의 고향과 그들의 삶 깊숙이 자리했던 애환들도 물속에 잠겨 버렸다.
고향을 멀리 떠날 수 없었던 이들은 도산면 서부리의 산비탈을 깎아 조성한 '서부리 이주단지'로 눈물 삼키며 들어와 살았다. 바로 눈앞에 펼쳐보이는 물속에 고향이 있었다. 이주 당시만해도 번성한 동네였다. 인근 마을과의 수운 교통도 활발해, 예안 장날이면 배를 타고 장을 보는 주민들의 행렬로 서부 선착장은 북적였다. 수몰민들은 이제 200여 가구만이 남았다.
금방이라도 펄떡이며 튀어오를 것 같은 고향마을의 기억. 물 아래 어디쯤 그 기억들이 뛰놀고 있을까? 이 마을에는 이제 40여 년동안 고향을 그리워하면 살아온 그들의 기억을 더듬는 새 예술 작품들이 하나씩 들어와 앉고 있다.
'예끼마을'. 예술에 끼가 있다는 뜻이다. 갤러리 3곳과 작가 레지던스 한 곳에 미술 작품들이 들어차 있다. 갤러리는 마을 공공디자인사업을 통해 리모델링됐다. 옛 관아의 집무실 건물(선성현 관아)이었다가 한옥 갤러리로 바뀐 '근민당'(近民堂)은 한옥의 멋과 운치로 전시된 예술 작품에 한옥 고유의 품격을 더한다. 주민들의 기억과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물속에서 솟아올라 마을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떠났던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이유다.
안동시는 이 마을에 30억원을 들여 '도산 서부리 이야기가 있는 마을 조성사업'을 올해 마무리한다. 이 마을을 예술이 결합한 성공적인 관광자원개발 사업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 도산권 관광의 핫플레이스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 마을은 2011년부터 동부리를 중심으로 한국문화테마파크, 세계유교문화공원 조성 등 3대문화권 사업과 함께 '선성현 문화단지 조성사업'이 추진되면서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2011년부터 마을재생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 '도산 서부리 이야기가 있는 마을 조성사업'은 이렇게 준비되고 추진됐다. 선성현한옥체험관은 지난해 준공해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최근에는 선비순례길로 조성된 '선성수상길'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로 넘쳐나고 있다.
주민교육과 역량강화 프로그램 운영, 갤러리 전시, 영상기록화 사업 등의 마을 활성화 사업이 함께 추진된다. 이를 통해 주민의식을 높이고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휴먼웨어적 접근도 2016년부터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정길태 안동시 관광진흥과장은 "서부리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성, 한국국학진흥원, 예안향교, 도산서원 등의 풍부한 주변 관광자원과 안동호라는 수자원을 동시에 보유한 마을이다. 예술과 결합된 지속 가능 발전 마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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