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이 순수한 마음으로 모여 작은 목욕 봉사를 실천하고 있어요. 어르신 환자들이 얼마나 행복해하시는지 몰라요."
대구 달성군 하빈에 있는 연광시니어센터 2층 휴게실. 치매, 중풍 등을 앓고 있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환자 20여 명이 휠체어를 타고 모였다.
헤어디자이너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머리를 깎은 어르신들은 거울을 보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이발이 끝나자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목욕탕으로 데려갔다. 목욕은 봉사자 4명이 한 조를 이뤄 진행됐다.
욕탕의 공간이 좁아 어르신 한 명씩 몸을 씻겨주고 있다. 때수건으로 몸 구석구석을 밀어줄 때마다 시원한지 어르신들은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어떤 어르신은 겨드랑이를 씻다가 간지러운지 봉사자 머리에 꿀밤을 때리기도 한다. 봉사자들은 목욕을 마친 어르신 몸에 보디로션을 발라 주었다. 이곳 이미용, 목욕봉사는 대구작은행복봉사회가 힘을 보탰다.
대구작은행복봉사회는 2008년 회원 8명이 모여 발족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취지로 급식 등 봉사를 했다. 2010년 하빈의 연광시니어센터에서 매월 목욕봉사를 하고 있고 2016년부터는 이미용 봉사를 추가했다.
현재 회원이 늘어나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봉사자 나이는 4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으로 전업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등 주로 소시민들로 구성돼 있다. 회원 1인당 월 1만원의 회비를 내 운영하고 있다. 봉사회는 어버이날, 설날, 추석명절에 시니어센터를 방문해 성금과 타월을 지원하고 있다.
"몸이 아픈 어르신들에게 목욕을 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요. 물 온도를 제대로 조절 못해 1~2℃만 차이 나도 어르신들은 놀라거든요. 어르신 한 분 목욕 시키는 데도 봉사자 몸은 비 오듯 땀 범벅이 돼요."
봉사자들은 모두 세심한 배려 정신이 빛난다. 어르신 발가락, 손가락, 겨드랑이 등을 세세하게 씻겨주고 발톱, 손톱까지 깎아준다. 목욕을 기다리는 어르신에게는 다정다감한 말벗이 되어준다. 봉사자들은 환자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주스를 건네거나 천진난만한 밝은 표정을 지을 때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정든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할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봉사자들은 목욕봉사가 있는 날 손수 김밥이나 비빔밥을 준비해 함께 나눠 먹고 있다.
이재화(56) 회장은 울산에 근무하면서 봉사날 먼길을 마다않고 달려오는 열정을 갖고 있다. 신윤혜(54) 총무는 봉사회 살림살이와 관리를 책임져 고생이 많다. 정재국(46) 회원은 목욕봉사 때 이발도구를 챙겨와 어르신 이미용을 도맡고 있다. 철인3종 경기 선수인 이석천(65) 회원은 목욕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이재화 회장은 "소시민들로 뭉친 우리 회원들은 모두 착해 열정적으로 봉사에 임하고 있다"며 "거창한 봉사보다는 소소한 나눔을 통해 소외이웃에 작은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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