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인 내면 풍경 마주하며 산책

대구미술관, 박정기 '걷다 쉬다'전

박정기 작
박정기 작 '첫 번째 정원'(THE First Garden)

40대 작가 지원 프로젝트에 선정

설치·퍼포먼스로 사회 병리 풍자

2018 Y+ 아티스트 프로젝트에 선정된 박정기 작가의 개인전이 대구미술관 4, 5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Y+ 아티스트 프로젝트'는 대구미술관이 2016년부터 만 40~49세 지역작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선정된 작가에게 한국미술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한다.

'걷다 쉬다'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드로잉 등 현대인의 내면과 이 시대의 사회 병리적 현상을 풍자하는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예부터 정원은 동양에서는 '자신과 대면하고 수신하는 공간'으로, 서양에서는 '지위나 취향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동서양 건축 문화에서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던 공간이다. 박 작가는 정원이 가진 공간적 특성에 착안해 50여 점의 작품을 정원으로 은유된 전시장에 배치해 현대인의 내면과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에 가면 산업화를 이끈 시대정신을 현재적 시점에서 다룬 '가까운 먼',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알바천국 II', 언어세계를 넘어 직관적 의미 전달을 실험한 '말 같잖은 소리', 작가가 구상하는 아이디어들을 모형의 형태로 모아놓은 '모델의 방', 물적 욕망으로 가득 찬 현시대를 비판하는 '첫 번째 정원', 2차원적인 공간을 3차원으로 확장시킨 '말레비치 보기 20초' 등 여섯 개 주제를 담은 공간을 따라 마치 정원을 산책하듯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알바천국 Ⅱ'는 대나무 100그루로 이루어진 정원과 영상, 소리, 동물 인형탈 등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의 의미를 전달하는 이 작품은 마치 휴식 공간처럼 보이지만 산업화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익명의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는 기계와 같은 현대인의 삶을 표현한다. '첫 번째 정원'은 자연에 대한 인간 착취와 자기 부정을 다룬 신작으로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을 소재로 한다. 소비소유의 물적 욕망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 시대를 비판하며 현대판 사과나무 동산을 설치했다.

전시를 기획한 강세윤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사회의 경제시스템들이 의식무의식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현대인들의 내면 풍경을 통해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8월 19일(일)까지. 053)803-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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