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투톱 체제 대구은행…넘어야 할 산 아직도 많다

DGB금융그룹이 18일 김경룡 지주회장 직무대행을 새 대구은행장에 내정했다. 이로써 김태오-김경룡 투톱 체제가 사실상 확정됐다. 전임 박인규 행장이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 문제로 물러난 지 약 두 달 만이다. 외부 인사 영입과 내부 승진을 조합해 새 사령탑을 꾸리면서 조직 혼란을 빠르게 수습해나가는 구심점이 만들어졌고, 구성원 전체가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실추된 위상 회복이나 조직 안정 등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DGB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려의 시선도 교차한다. 특히 이번 임원후보추천위에서 지주회장과 은행장으로 경영 체제를 분리하기는 했으나 회장(경북고)-행장(대구상고) 구도가 보여주듯 학연 등 파벌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걸리는 대목이다. 창립 50년이 넘게 늘 불화의 불씨가 된 학연의 낡은 틀을 여태 깨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새 지주회장과 은행장 후보 모두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인품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리더십과 소통 능력, 인사혁신 의지로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지역민으로부터 신뢰를 다시 얻어갈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점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한 이번 사령탑 인선에 선뜻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까닭이다.

게다가 비자금 사건과 채용 비리 의혹, 수성구청 펀드 손실 보전 등 새 경영진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하나 둘이 아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룹 주변의 환경이 녹록지 않다. DGB를 향한 지역민의 불신감도 가장 급한 해결 과제다. 만약 임원 인사권 등을 놓고 투톱 체제가 삐걱대거나 내부 혼란이 계속될 경우 DGB의 미래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새 경영진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조직 안정과 경영 쇄신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신뢰의 대구은행'은 새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의 몫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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