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통은 문화다] <2> 어디서나 안전하게 걷기

무단횡단·스마트폰 안전의 적…하루 평균 보행자 157명 사고

두 다리는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이용해 온 교통수단이다. 어디서든 이용이 가능하고 마음대로 움직이며, 어떤 이동수단보다 안전하다. 두 다리나 말, 가마, 마차 등 전통적인 교통수단은 산업혁명과 함께 원동기 중심의 이동수단으로 변화했다. 특히 도시 구조가 자동차 중심으로 바뀌면서 보행은 '안전한 교통수단'의 지위를 잃었다.

1896년 8월 17일 영국 런던에서 인류 최초의 자동차 사고 사망자가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수천여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자동차는 점점 늘어나고, 거리는 그만큼 더 위험해졌다. '안전하게 걷기'가 21세기 인류의 중요한 과제가 된 이유다.

◆교통사고 사망자 40%가 걷다가 숨져

보행자 교통사고가 위험한 이유는 죽거나 다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1천675명이 걷다가 차에 치여 숨졌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4천185명)의 40%에 달한다. 지난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2%)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대부분이 차와 차가 부딪치는 사고임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1만2천870건의 사고 중 차와 사람이 부딪친 사고는 21%인 2천706건이었다. 그러나 전체 사망자 수 136명 중 42.6%인 58명이 차 대 보행자 간 교통사고에서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1~2015년 보행자 교통사고 입원 환자 조사 자료'에서도 5년간 보행자 교통사고로 입원 치료를 받은 경우가 28만5천735명에 달했다. 연간 평균 5만7천147명, 하루 157명의 보행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셈이다.

보행자 사고는 어린이나 노인에게서 더 자주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4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환자 중 37.4%가 보행 중 사고를 당했다. 80세 이상 노인 환자도 36.3%가 보행자 교통사고로 조사됐다. 지난해 대구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 노인과 12세 이하 어린이는 62명으로 전체 사망자(136명)의 절반에 육박했다.

◆일상 속 주의가 보행사고 막는다

특히 횡단보도나 육교 대신 도로를 가로지르는 무단횡단은 사망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6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경찰청의 교통사고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교통사고 사망자 중 391명이 무단횡단 중 사고를 당했다. 무단횡단 사고 시 치사율은 8.2%로, 일반적인 도로 횡단 사고의 치사율(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대구시는 무단횡단 사고를 예방하고자 도로에 횡단금지 울타리를 설치하고 조명시설을 개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노인 무료급식소 등에서 교통안전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무단횡단 사망자 20명 중 13명이 65세 이상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늘고 있는 '스몸비'(Smombie)도 보행 안전에 걸림돌이다. 스몸비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휴대전화를 보면서 주위를 살피지 않는 보행자를 말한다. 현대해상이 고객 사고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보니 스마트폰 관련 사고는 2011년 624건에서 5년 만인 2015년 1천360건으로 2.2배나 증가했다,

차량과 사람이 부딪친 사고도 같은 기간 87건에서 142건으로 1.6배 높아졌다. 길을 걸으며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시선 폭이 절반 이상 줄고, 전방 주시율이 15%로 떨어져 바로 앞에 차량이 있어도 거의 반응하지 못하게 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수막과 시내버스 외부광고, 예방 동영상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동참이 없다면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보행안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