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당, 혁신을 통째로 포기합니까?…비상대책위 출범도 '깜깜'

지도부 사퇴 구심점 사라져, 자기희생 없는 수습책 난무…일부 중진은 당권경쟁 준비

6`13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악의 패배라는 '카운터펀치'를 맞은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코마'(의식불명) 상태다. 오히려 내홍만 키우는 모습이다. 'KO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실수를 복기(復棋)하고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어야 하지만 그럴 여력이 보이지 않는다.

우선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이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일제히 사퇴하면서 사태를 추스를 구심점이 사라졌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한 걸음 떼기가 쉽지 않다.

지난 15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일단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언제 비대위가 출범할지는 미지수이다. 

당을 어떻게 수습할지를 놓고 각종 해법이 난무하지만 똑 부러지는 해답은 찾지 못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의 혁신 요구가 많으나 세부 방법론을 두고 큰 줄기의 단일한 흐름이 잡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초`재선, 중진 의원들은 모임을 통해 인적 쇄신 등 당 진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자기 희생 없는 '나 빼고 혁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들이 무릎을 꿇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일부 초선 의원들은 지난 15일 중진 의원들의 정계 은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말들이 당원을 비롯해 보수층 지지자 사이에 서 나온다.

인적 청산의 첫 단추로도 여겨지는 총선 불출마 선언은 김무성·윤상직 의원에 그쳤다. 일부 중진들은 벌써 당권 경쟁 몸풀기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제1야당으로서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된 모습이다. 코앞에 닥친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데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당 살림 역시 '최소한의 기능 유지'만 해야 하는 현실이다.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홍문표 사무총장도 함께 물러나려 했지만 사무처 직원들의 월급 지급 등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당분간만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모두가 패배의 원인은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실천이 중요하다"며 "탄핵을 두고, 대선 패배를 두고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또다시 서로간 이해관계를 두고 으르렁대는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당은 더는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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