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8년 만에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는 6·25 참전용사 유해

미군 카투사로 입대해 1950년 전사…북미 공동 유해발굴 과정에서 발견돼

대구 달성군 출신의 고 윤경혁 일병은 1950년 11월 평안남도 개천 지역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윤 일병의 생전 모습.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대구 달성군 출신의 고 윤경혁 일병은 1950년 11월 평안남도 개천 지역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윤 일병의 생전 모습.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6·25 참전용사의 유해가 68년만에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다음달 중으로 '한미 6·25 전사자 유해 상호송환행사'를 열고 1950년 11월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 윤경혁 일병의 유해를 가족들에게 전달한다고 19일 밝혔다.

1923년 대구 달성군 사사읍 문산리에서 태어난 윤 일병은 1944년 결혼해 세 아이를 둔 아버지였다. 1950년 8월 어린 자녀들을 두고 미국 제1기병사단 카투사로 입대한 윤 일병은 인천상륙작전 이후 38선 이북 8~15㎞ 지점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그 해 11월 25일 중공군의 대공세가 시작됐고, 윤 일병은 미군이 38선 이남으로 철수하는 과정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유해는 지난 2001년 북·미 공동 유해발굴 작업 도중 북한 평안남도 개천 지역에서 미군 유해에 섞여 발견됐다.

미군 측은 공동발굴 과정에서 어지럽게 섞인 유해를 발견, 하와이에 있는 DPAA(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로 옮겨 정밀감식을 벌였고, '한국군으로 추정되는 유해 일부가 섞여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유해의 DNA 시료는 올해 초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인계됐고, 윤 일병의 아들 윤팔현(68) 씨가 2011년 대구 달성군보건소에서 채취한 유전자 시료가 신원 확인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19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서 열린 호국영웅 귀환행사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가족관리과장이 유가족에게 고 윤경혁 일병의 신원확인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19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서 열린 호국영웅 귀환행사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가족관리과장이 유가족에게 고 윤경혁 일병의 신원확인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윤 일병의 유해는 2000년 국방부가 유해발굴을 시작한 이후 128번째로 가족의 품에 돌아가게 됐다. 북·미 공동발굴 도중 발견된 국군 유해로는 5번째다.

아들 윤팔현 씨는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 후에도 일치하는 유전자가 없어 기약없이 기다렸지만, 지난 5월 꿈에 그리던 아버지의 유해가 하와이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최종 유전자 확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했다.

하와이 DPAA에 있는 윤 일병의 유해는 다음달 중 1만5천㎞의 귀향길에 오른다. 전사한 지 68년 만이다. 국방부와 육군 제50보병사단 등은 19일 윤 일병의 고향인 달성군 다사읍에서 '호국 영웅 귀환 행사'를 열고 유가족에게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 및 국방부 장관 위로패를 전달했다.

19일 열린 호국영웅 귀환행사에서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고 윤경혁 일병의 아들 윤팔현 씨에게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를 전달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19일 열린 호국영웅 귀환행사에서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고 윤경혁 일병의 아들 윤팔현 씨에게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를 전달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은 "이름모를 산야에 묻힌 전사자들이 아직 12만3천여 명이나 된다"며 "대한민국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가족들의 품에 모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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