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품귀 현상으로 최소 20일 정도까지 설치를 기다려야 한다네요. 지금 샀다간 정작 무더위 땐 한 번 틀어보지도 못할 판입니다."
매년 여름마다 선풍기로 버텨왔던 이병현(45·대구 남구) 씨는 올해 기록적인 폭염에 에어컨 구매를 결심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이 씨는 "전자제품 대리점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삼성, LG 등 인기 에어컨 제품은 이달 말까지 예약이 꽉 차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만 들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역대급 폭염으로 여름 유통가에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에어컨, 휴대용 선풍기 등 냉방 용품부터 양산, 얼음 등 여름나기를 돕는 다양한 상품들에 이르기까지 역대 최대 판매량 기록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대구 에어컨 시장은 그야말로 '대란'에 빠졌다. 통상 에어컨은 여름을 앞둔 5월에 가장 많이 팔리며 7월 매출은 5월의 70%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올해 경우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6월만 해도 지난해보다 날씨가 선선해 에어컨 판매량이 주춤했지만, 장마가 끝난 지난달 10일부터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오면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백화점, 마트, 대리점 등 대구 유통업계의 7월 에어컨 판매량은 5월의 120% 수준까지 치솟았고, 8월에도 구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갑자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설치까지 일반 모델의 경우 1~2주, 인기 모델은 2~3주 시간이 걸린다"며 "고객 항의 기 끊이지 않고 있지만 물량 부족과 예약 폭주로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에서는 휴대용 선풍기가 지난 2일 하루 1만5천여 개 이상 팔리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는 선풍기를 드는 수고 없이 목에 건 상태에서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 있는 제품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양산 판매가 급증한 점도 눈에 띈다.
11번가에서 최근 2주간(7월 20일∼8월 2일) 우산 거래액은 20%가량 줄었으나 양산은 247%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우산이 양산의 3배 수준으로 팔렸지만, 올해는 양산 판매량이 우산의 2배를 웃도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외 편의점 씨유(CU)에서는 지난달 컵 얼음 판매량이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2천만 개를 넘어서는 등 각종 여름 인기 상품이 공전의 히트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폭염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9월 초까지는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할인 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들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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