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랏(48·우즈베키스탄) 씨의 왼쪽 머리는 어른 주먹이 들어갈만큼 움푹 패여 있었다. 그의 두 눈동자가 때때로 분주히 움직였지만 초점은 흐릿했다. 2년 전 건설현장에서 추락하면서 큰 부상을 입었고, 두개골과 왼쪽 뇌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탓이다. 이후 쇼크랏 씨와 가족들은 길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 안전장구없이 일하다가 8m 높이에서 추락
아내 나히사(43) 씨는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으로 들어왔다. 5년 만에 마주한 남편의 상태는 처참했다. 나히사 씨는 "8미터 높이에서 안전장구도 없이 추락했다는 남편의 얼굴은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퉁퉁 부어 있었다. 의료진도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쇼크랏 씨는 의식을 되찾진 못했지만 두 달 정도 이어진 고비를 잘 넘겨 목숨을 건졌다. 지금은 스스로 호흡을 할 정도로 비교적 안정된 상태다.
고국에서 구두를 만들던 쇼크랏 씨가 한국을 찾은 것은 7년 전이었다. 오래된 집을 고치려니 많은 돈이 필요했고, 급여가 높은 한국행을 결심한 것. 5년 만기 취업비자를 발급받은 그는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했다. 비자 기한이 만료된 후 조금만 머물다가 귀국하려던 그는 2016년 5월 교회 지붕공사 현장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됐다.
나히사 씨와 장남 수크천(24) 씨는 벌써 2년째 병상을 지키고 있다. 모자는 생활비를 아끼려 병원 구석에서 새우잠을 자고 병원 주방을 빌려 밥을 직접 해먹을 정도로 궁핍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 새 건강도 많이 해쳤다. 나히사 씨는 옷이 헐렁해져 입기 어려울 정도로 살이 빠졌고, 두 달 전 담석증 진단을 받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왔다.
수크천 씨는 "우리가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다. 아버지가 출국할 때 건강만은 꼭 챙기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런 일을 당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법정 싸움 이겼으나 보상 못 받아, 고국으로 가려해도 항공사가 거부
쇼크랏 씨는 안전장구도 지급받지 못한 채 일하다 다쳤지만 소규모 현장이었던 탓에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또 불법체류자 신분으로는 다른 구제방안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사정을 딱히 여긴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법정다툼 끝에 고용주와 교회 모두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았으지만, 모두 영세해 보상금은 1천50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 현재 쇼크랏 씨가 내지 못한 병원비만 1억 6천만원 정도다.
이제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항공사는 비행 과정에서 기압 차 등을 이유로 쇼크랏씨에게 항공기 탑승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다친 뇌부위를 보호할 인공뼈 삽입 수술을 조건으로 걸었다. 수술에는 2천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가 도로 개설을 한다며 쇼크랏 씨가 살던 집을 헐어버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드시 본인이 나서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가족들은 3개월 치 월세만 받은 채 쫓겨나다시피 했다. 학생이라 고국에 남아 있는 세 딸은 외갓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나히사 씨의 눈가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던 남편은 유머가 넘쳤고 겉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누구든 똑같이 대했다. 가족들에게도 늘 든든한 존재였다"면서 "예전처럼 돌아갈 순 없겠지만 이제는 가족들이 남편을 끝까지 돌보고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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