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포항 북구 용흥동 새마을금고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돈을 빼앗아 달아난 A(37) 씨는 전날까지만 해도 평범한 가장이었다. 포항북부경찰서와 A씨가 살던 집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왜소한 체격에도 홀로 설비업을 하며 각종 공사에 참여하고, 때로는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 등 성실하게 살았다. 생활은 넉넉지 않아도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두 자녀를 키우는 등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최근 6년 동안 이곳 원룸에 살았고, 인근 주민들에게 그는 성실하고 순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초 그의 형편은 급격히 어려워졌다. 한 공사에 참여했다가 5천만원을 떼였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빚을 갚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생활고를 견뎌야 했다. 아내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학원에 다녔기에 형편이 더욱 궁했다. 떼인 돈 절반 정도는 받았지만, 한번 터지기 시작한 금융권 대출 이자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리저리 돈을 빌려 메꿔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개인파산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빚은 자꾸 늘어만 갔다.
결국 그는 흉기를 든 은행 강도로 돌변했다. 강도 계획은 생각보다 치밀했다. 그는 범행 당일 오전 4시쯤 북구 죽도동 한 편의점 앞에 시동이 걸린 채 세워진 승용 차를 훔치고, 사전에 준비한 스티커로 번호판을 조작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11시 46분쯤 얼굴을 가리고 새마을금고에 침입, 직원을 흉기로 위협한 뒤 돈을 빼앗아 달아났다. 차를 타고 도망친 곳은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6㎞ 떨어진 북구 양덕동 포항시상수도사업소 양덕정수장. 이날 낮 12시 6분쯤 이곳에 차를 버리고 3㎞ 거리의 선린대까지 농로로 1시간 넘게 걸어가 택시를 탔다. 그리고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은행에서 훔친 459만원으로 빚 일부를 갚았다.
그는 아내에게 자신의 범행을 털어놨다. 놀란 아내는 시댁에 연락했고, 그동안 그는 경찰에 전화해 "자수하겠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 토요일에 경찰서로 가겠다"고 했다. 범행 9시간 만인 오후 8시 42분쯤이었다. 그러나 그의 집에 도착한 아버지는 설득 끝에 이날 오후 10시 50분쯤 아들을 데리고 경찰서에 갔다. 경찰은 그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애를 끓이던 참이었다.
A씨가 새마을금고 범인으로 자수했다는 소식은 원룸 주민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한 주민은 "넉넉하지는 않아도 부부 간에 정이 깊었고, 둘 다 열심히 직장생활 하면서 사는 성실한 가정이었다. A씨는 어질고 순했다. 악한 면이 얼굴에 전혀 없었다"며 "새마을금고 강도가 진짜 그 사람이 확실하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주민은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인사성이 밝았다. '나쁘다, 질이 안 좋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며 "옛말에 사람 속은 모른다고, A씨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8일 A씨에 대해 승용차를 훔치고 강도 행각을 벌인 혐의(절도, 특수강도)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막상 범행을 저지르자 겁이 나 집에 가서 아내에게 얘기할 정도로 대범한 성격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활고를 겪는다고 강도짓은 해서는 안 될 범죄"라며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평생을 후회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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