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핵화 없이 북한 요구 들어주는 남북정상회담 필요한가

9월 중 평양에서 열기로 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비핵화 문제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도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없다. 지금까지 북한이 한 것이라고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서해안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폐쇄뿐이다. 그것도 전문가들의 참관이 거부돼 정말로 폐쇄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핵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사실들로 미뤄 현재로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교착상태를 풀지 못한다면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는 없다. 상황은 이런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13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의 공동보도문에 ‘핵’이란 단어는 없었다. 이는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논의돼도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 합의에서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거나, 의제에서 북핵 문제가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것 말고도 있다. 3차 회담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이나 남북경제협력 등 북한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을 수락할 가능성이다. 고위급 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은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3차 회담 개최에 북한보다 더 적극적인 문 정부의 조바심을 노린 협박이다.

미국은 이런 협박이 먹힐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국무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는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남북이 원하는 조기 종전선언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했다. 문 정부도 이와 똑같은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북핵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다. 비핵화 진전없는 종전선언이나 남북경협은 김정은의 계략에 말려드는 것밖에 안 된다. 그런 정상회담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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