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정재는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에 특별출연 형식으로 모습을 보인 후 주연배우 못지 않게 화제가 됐다. 이미 지난해 '신과 함께' 전편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는데 2편에서는 더 비중 있는 분량을 소화하며 강한 인상을 남겨 화제가 됐다. 이처럼 주연급으로 분류된 배우가 드라마나 영화에 조연이나 단역급 캐릭터를 소화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케이스가 종종 있다. '카메오'나 '특별출연' 등의 단어로 이들의 출연 사실을 알리곤 하지만 사실 이에 대한 개념은 불명확하다. 그저 단역이나 조연 캐릭터에 해당 배우가 투입된 것이고 결국은 제작진 중 누군가와 배우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이뤄진 결과일 뿐이다. 물론 제작진의 입장이야 당연히 유명 배우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출연시키고 싶겠지만 배우들의 입장이 그에 상응하는 건 아니다. 다만, 단순히 잠깐 얼굴을 보이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끌어내며 작품에 기여하는 케이스도 많은 만큼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는 양 측 모두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나 영화에 잠시 모습을 보이는 유명배우, 혹 유명인들의 케이스를 모아봤다.

#이정재, 특별출연에 대중 지지도 상승
카메오나 특별출연 등의 개념으로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정재다.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에 염라대왕 역으로 출연해 주연배우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미 지난해 '신과 함께' 1편 개봉 당시부터 제작발표회 등 해당 영화 관계 행사에 참여하며 '공식' 출연자로 함께 했었는데, 2편에서 더 비중 있는 역할을 소화한 후 사실상 이 영화의 정규 멤버 대우를 받게 됐다. 2편 개봉 이후 이어진 홍보 관련 언론행사와 인터뷰 등의 자리에 하정우 등 주연배우와 다를 바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했다.
내부 상황을 잘 모르는 이들은 이정재를 두고 '작품에 출연한 배우인 만큼 홍보에도 참여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정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애초 이 영화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특별출연 형식으로 잠시 나와 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정재 역시 호의로 받아들여 현장에 나갔다. 그런데 막상 상황에 직면하니 이정재의 입장에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이 주어졌고 결과적으로는 특별출연 정도의 개념이 아니라 '조연' 캐스팅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정재에게 주어진 염라대왕 캐릭터가 보기 드물게 매력적으로 잘 묘사돼 있었고 특히나 이정재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상황. 함께 하는 주연배우도 한국영화 시장에서 특A급으로 분류되는 하정우인데다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와 투자비용, 배급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작품과 동행해서 나쁠 이유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정재의 출연은 꽤나 멋진 결과를 낳았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본 관객들은 하나같이 이정재와 염라대왕 캐릭터의 조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으며, 이정재 역시 '관상'의 수양대군 역에 이어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극중 이정재와 염라대왕 캐릭터가 적절하게 잘 맞아떨어졌으며, 무엇보다 이정재의 캐릭터 소화능력이 돋보여 극찬을 받을 만 했다.
이정재 본인이 인터뷰 등에서 밝힌 것처럼 사실 이 캐릭터는 비중이나 극중 영향력을 따졌을 때 단순 '특별출연' 또는 '카메오'로 분류하기 쉽지 않다. 정확히 말해 조연 캐릭터이며 이 역할을 인지도와 주목도를 두루 갖춘 스타급 배우가 소화해 잘 살려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정재가 워낙 유명한 배우라 단순히 조연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애매해서 결국 '특별출연' 정도로 기록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병헌-류준열, 영리한 특별출연의 선례
이정재 외에도 특별출연과 유사한 개념으로 작품에 출연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 예가 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에 출연한 이병헌이 대표적인 예다. 의열단장 김원봉 역을 맡아 깜짝 출연했는데, 극중 단연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송강호와 밸런스를 맞추며 놀라운 존재감을 보여줬다.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의 작품에서 함께 했던 김지운 감독과의 인연으로 '밀정'에 출연하게 됐다. 극중 분량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해당 신의 무게감을 좌지우지하는 캐릭터로 존재감 있는 배우가 필요했던 상황. 여기에 이병헌이 들어오면서 신을 살려내고 본인 역시 돋보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류준열도 역할의 비중을 따지지 않고 여러 작품에 모습을 보이는 배우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한 후 스타덤에 올랐고 상당한 팬덤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주연급으로 떠올라 여러 작품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 그럼에도 본인이 하고 싶은 캐릭터라면 비중에 상관없이 출연하곤 한다. 최근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독전'이 흥행에 성공해 화제가 됐는데 사실 이 영화보다도 류준열이 더 돋보였던 작품은 최민식 주연의 영화 '침묵'이었다. 극중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인물 김동명 역을 소화해 주목받았다. 등장하는 분량의 시간을 합산해봐야 20여 분 수준.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준 류준열의 연기는 잠재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영화 '1987'에는 잘 알려진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일종의 멀티캐스팅 영화라고 이해해도 될 듯한데, 그렇다고해서 처음부터 이 영화가 이 많은 배우들의 출연사실을 홍보용으로 적극 활용하진 않았다. 각자 캐스팅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사실상 주연을 꼽으라면 김윤석이었다. 공동 주연처럼 부각됐던 하정우도 전체 분량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신에 출연했고, 유해진과 설경구, 김태리, 강동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서 이들의 캐릭터는 돋보였다. 영화 초반부를 열어젖히는 하정우의 거침없는 캐릭터,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유해진과 설경구, 특히 강동원의 경우 출연사실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가 개봉돼 관객들에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기도 했다.

주연급 배우들의 입장에서도 크지 않은 배역으로 잠시 모습을 보이는 건 그들 스스로 편안하게 새로운 공기를 맞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한다. 작품을 책임지는 주연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재미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스타급 배우들의 등장과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자체가 즐겁다. 코미디 영화 '트로픽 썬더'에 대머리 분장을 하고 등장해 막춤까지 춘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카메오'로 언급되고 있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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