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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내고향 초가삼간 그리워"…노래로 달랜 이산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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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찔레꽃'·'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 합창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백민준(93) 할아버지의 북측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백민준(93) 할아버지의 북측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눈물 흘리며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 잊을 동무여…"

6·25 전쟁 시기 납북된 맏형을 늘 그리워했던 최기호(83) 씨는 노래 '찔레꽃'의 이 대목을 부르다 끝내 살짝 눈물을 보였다. 먼저 세상을 떠난 형의 두 딸 선옥(56)·광옥(53)씨 앞에서였다.

이산가족 상봉 둘째 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 단체상봉장. 남북 이산가족들은 함께 알고 있는 노래를 합창하며 그동안 마음에 쌓였던 그리움과 한을 달랬다.

선옥씨는 북한 노래를 모르는 삼촌들을 위해 "같이 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고, 가족들은 손을 꼭 붙잡고 눈을 맞추며 '고향의 봄'과 '찔레꽃', '반갑습니다' 등을 불렀다.

북녘의 조카딸들이 '반갑습니다'에 맞춰 덩실덩실 춤사위를 선보이자 삼촌 양길(78)씨는 따라 일어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함께 춤을 췄다.

최동규(84)씨와 조카 박성철(40)·춘화(58)씨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차제근(84)씨 테이블에서도 노래가 시작됐다.

조권형(80)씨와 북측의 조카손녀 조옥심씨도 함께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르면서 노래가 테이블을 타고 이어졌다.

조카며느리에게는 '남의 일을 내 일같이 하라' 등 해주고 싶은 말을 편지지에 적어와 건네기도 한 조씨는 "이런 자리가 또 있을지 모르니까 앞으로 인생살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숙소에서 적어온 것"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데 열중했다. 대한적십자사(한적) 직원이 찍어준 폴라로이드 사진을 앞섶에 소중히 보관하기도 했다.

김병오(88) 할아버지의 아들 종석씨는 일회용 카메라로 부지런히 아버지와 북측 가족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이번 상봉의 추억이 담긴 카메라를 헤어질 때 통째로 북측 가족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상봉장에 함께하지 못한 가족들을 사진으로나마 소개하기도 했다.

김병오씨의 여동생 순옥(81)씨가 북측 식구들의 사진을 꺼내 "이거는 조카, 이거는 셋째…"하며 한 명 한 명 짚어가며 설명하자 병오씨는 "남편이 볼수록 인자하게 잘 생겼다"고 화답했다.

두 조카를 상봉한 김병선(90)씨의 아들은 북녘 가족들의 사진을 본 소감에 대해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자꾸 보다 보니 느낌이 온다. 두 번 세 번 보니 가족이구나 싶다"고 털어놨다.

몇 번의 상봉으로 한결 가까워진 이들은 흘러가는 순간순간이 아쉬운 듯 웃음꽃을 피우며 추억을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차제근씨가 "건배"라며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수를 들어 보이자 북측의 동생 차제훈씨는 "아니, 여기 왔으면 조선말을 써야지, 축배!"라고 재치있게 답하기도 했다.

이관주(93) 할아버지와 조카 리광필(61)씨는 북측이 제공한 다과 봉지에서 과자며 사탕을 꺼내 서로의 봉지에 넣어주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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