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부터 뇌 및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에 대해 보험급여가 시작되었다. MRI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검사이다. 미국에서는 400만원 이상이 든다. 장비는 2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인데다, 대부분이 수입품이기에 검사료 인하 요인이 많지 않다.
초기에는 보험급여가 원할하였다가, 급여증가에 따른 보험재정 고갈로 인해 의사와 건강보험 간의 갈등으로 결말이 날 것 같은 우려도 있다. 2017년 MRI 총진료비는 4천272억원이었다. 보험급여가 이루어지면 총액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MRI는 최근 100년 간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이다. 그 발전사는 현대과학 역사의 축소판이다. 스탠퍼드의 펠릭스 블로흐와 미국 하버드의 에드워드 퍼셀은 1952년 핵자기 세차운동의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수소 '핵'이 자전과 동시에 세차운동을 하는데, 이 세차운동은 외부 자장에 영향 받아 공명한다는 것이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 자전운동을 하는데, 기울어진 축도 팽이와 같이 돌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여기에 축의 회전속도와 동일한 '자기'장이 주어지면 또 다른 운동이 발생한다. 이것을 '공명'이라고 부른다.
1991년 스위스의 리하르트 에른스트는 물질에 따라 이 '공명'의 차이가 있음을 밝혔고, 노벨생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최종적으로 피쳐버거대학의 폴 로터버와 영국 노팅 대학의 피터 맨스필드가 공명현상을 이용하여 인체 '영상'을 획득하는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물리, 화학 및 생리의학의 최첨단 과학 기술의 총합이 바로 MRI인 셈이다.
한국은 1982년 KAIST에서 MRI 영상획득에 성공하였고, 1983년 금성사에서 상용화에 성공하였다. 이 금성사 MRI는 서울대를 비롯하여 국내에 대당 12억원으로 10여 대가 팔렸다. 대구에서는 동산의료원에 1990년대에 설치되었다. 이후 몇몇 국내 개발 업체들이 있었으나, 역부족으로 주요 시장은 다국적 회사에게 내어준 상황이다. 안타까운 역사이다.
MRI는 단순 의료 진단기기가 아니다. 물리·화학과 같은 기초과학 전반과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응용 분야가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의 핵심사업도 포함한다. 동물용 MRI 시장과 조영제 개발과 같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MRI는 핵심기술이다. 한국인 최초의 과학기술 노벨상 역시 MRI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숨길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MRI 보험 급여화를 계기로 다시 한번 MRI 관련 과학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30년 전에는 이루지 못하였던 경쟁력 있는 MRI 제품 개발을 통한 산업 발전, 그리고 고급인력의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역사가 실현되기를 고대한다.
이희중 경북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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