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번개시장에서 불이 나 1명이 다치고 점포 13곳이 피해를 입었다.
번개시장은 화재에 가장 취약한 안전등급을 받고도 규모가 좁아 소방시설 의무 설치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오전 1시 58분쯤 발생한 번개시장 화재로 농협 공판장 안팎과 점포 6곳, 노점 7곳 등을 태웠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48대와 소방관 157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26분만인 오전 2시 24분쯤 큰 불을 잡았고, 2시간 뒤인 오전 4시 35분 잔불 진화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공판장 당직근무자인 A(60) 씨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하는 등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화재로 가게를 잃은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눈물을 흘리며 타버린 점포를 바라보던 한 상인은 "화재 하루 전에 2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넣었는데 다 타버렸다. 하루아침에 한 가족의 생계가 날아가 버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번개시장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우려는 거듭 제기돼 왔다. 번개시장은 소규모 건물 8개 동이 붙어있는 구조로 335개 점포와 노점이 어물, 잡화 등을 판매한다.
그러나 전체 건물 중 7개 동은 소화기만 비치돼 있고, 1개 동에만 소화기와 수동 경보시설이 설치돼 있다. 농협 공판장 부근에서 시작된 불씨가 시장 내부로 번졌다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지난해 5~11월 진행된 '2017 전통시장 화재안전 등급 분류' 에서도 번개시장은 최하위 등급인 E등급에 머물렀다. 소방청 관계자는"E등급은 화재안전 부적합률이 가장 높은 등급으로 화재에 가장 취약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번개시장에 소방설비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소방법 상 건물 1개동의 연면적이 600㎡ 이상인 경우 옥내소화전과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해야한다. 그러나 번개시장 건물은 대부분 300㎡ 에 미치지 못한다.
이 곳 한 상인은 "평소에도 소방시설이 부족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 구청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건의하기도 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고 했다.
화재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데도 안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구청은 올해 번개시장에서 단 한차례도 안전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청 관계자는"소방청에서 안전점검을 했기 때문에 중복조사를 피한다는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점검을 하지 않았다"면서 "구청 자체 예산으로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려워 중소벤처기업부에 여러 차례 공모를 신청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번개시장은 3개 동만 전통시장 구역에 포함돼 있어 지자체도 안전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소방시설 설치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소방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