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근위축증에 뇌졸중 앓으며 중증 장애인 형제 돌보는 안경미 씨

근육병 앓으면서도 노점상으로 근근히 생활
뇌출혈로 왼쪽 몸 마비되고 말도 못해, 40㎡ 아파트에 세 식구 살기도 좁아

지적장애 1급에 지체장애 3급인 두 아들을 돌보는 안경미(62) 씨는 최근 뇌출혈로 쓰러져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 씨네 세 식구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는 12평에 불과해 집안에서 휠체어조차 쓸 수 없는 상태다.
지적장애 1급에 지체장애 3급인 두 아들을 돌보는 안경미(62) 씨는 최근 뇌출혈로 쓰러져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 씨네 세 식구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는 12평에 불과해 집안에서 휠체어조차 쓸 수 없는 상태다.

병상에 누운 안경미(62) 씨가 지친 표정으로 힘겹게 입술을 움직였다. 하지만 안 씨의 말은 알아듣기 어려웠다. 근육이 점점 약해지며 기능을 잃는 근위축중 환자인 안 씨는 최근 뇌졸중까지 겪으면서 말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됐고, 몸의 왼쪽이 마비되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각각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를 안고 있는 두 아들을 30여년 간 돌봐 온 안 씨의 삶은 요즘 더할 나위없이 고통스럽다.

◆ 홀로 두 장애아들 돌봐왔는데 뇌졸중까지…

36년 전 가정을 꾸리고 두 아들을 낳은 안 씨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두 아이는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은데 이어 안 씨처럼 근위축증 진단까지 받았다.

부부가 힘을 합쳐도 헤쳐나가기 힘든 시련이었지만 남편 역시 대인기피증 등을 호소하며 결혼 3년 만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이후 남편은 당뇨병까지 심해지면서 요양을 하겠다며 집을 나갔고, 이후 왕래가 뜸해지다가 수년 전부터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그 동안 생계를 꾸리고 두 아이를 돌보는 건 오로지 안 씨의 몫이었다. 전통시장에서 옷이나 채소, 풀빵 등을 파는 노점을 하며 근근히 생계를 이었다.

그나마 안 씨도 근위축증이 점차 악화되면서 2010년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았고, 3년 전부터는 휠체어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근력이 떨어졌다.

7개월 전에는 안 씨가 감당키 어려운 불행이 덮쳤다. 안 씨는 지난 3월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에서 의식은 회복했지만 말을 할 수 없게 됐고, 왼쪽 팔다리도 완전히 마비됐다.

안 씨는 음식을 삼키지 못해 코에 삽입한 튜브로 의료용 식품을 투여하는 걸로 식사를 대신한다. 그나마 매주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입술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지는 등 조금씩 호전되곤 있지만 마비된 왼쪽 팔다리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 지체장애 두 아들과 함께 살기엔 너무 좁은 12평 아파트

다섯살 정도의 지적 발달 수준에 근위축증까지 심해지고 있는 두 아들은 늘 걱정거리다.

2014년에는 첫째 종욱(가명·36) 씨가, 이듬해에는 둘째 현욱(가명·29) 씨가 휠체어를 쓰기 시작했다. 종욱 씨는 몸을 거의 가누지 못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낸다. 현욱 씨는 그나마 상태가 낫지만 화장실 문턱조차 혼자 힘으로는 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세 식구 모두 활동보조인에게 의존해 생활한다. 안 씨가 매달 391시간, 두 아들이 각각 114시간 동안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는다. 장애정도를 감안하면 충분치 않지만 위급상황에 전혀 대처할 수 없는 안 씨 가정을 배려해 활동보조인들이 밤에도 교대로 일하며 곁을 지키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 중에 하나는 지금 살고 있는 좁은 집이다. 49㎡ 크기의 영구임대아파트의 주방은 싱크대와 냉장고 때문에 휠체어 한 대도 지나다니기 어렵다.

이 때문에 화장실에 가거나 외출을 하려면 활동보조인 2명이 나눠 들고 옮겨야한다. 화장실도 너무 좁아 집으로 찾아오는 목욕봉사를 받지 못할 정도다.

현재 안 씨 가족의 한 달 생계비는 정부지원금과 장애인 연금 등 120만 원이 전부다. 이사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침대를 하나 더 둘 공간이 없어 형제가 폭 110㎝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잠든다.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던 안 씨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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