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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삼성과 현대의 민낯

김병구 경제부장
김병구 경제부장

삼성과 현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대구경북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도 막강하다.

국내 유일의 삼성전자 모바일사업 법인이 구미에 있고, 스마트폰 부품과 네트워크 장비를 납품하는 2, 3차 협력업체 상당수가 지역에 있다. 삼성전자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사는 근로자와 업체가 많은 만큼 지역에서 삼성의 입김은 클 수밖에 없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비록 완성차는 아니지만 대구경북 상당수 자동차부품업체가 현대자동차의 수출과 내수실적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형편이다.

삼성과 현대가 국가적, 나아가 세계적 기업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자사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과연 글로벌 기업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근의 행태를 보면 치졸하고 비열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상품 생산에 기여하고 소비까지 하는 지역민과 업체에 대한 애정은 눈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삼성은 구미에 절대적 비중을 뒀던 휴대전화와 TV 사업 상당 부분을 수년에 걸쳐 베트남 등 해외나 타지로 돌렸다. 결국 모바일사업 법인 1개만 구미에 남았고, 나머지 법인 7개는 해외로 넘어갔다. TV도 LCD만 제외하고 타 부문은 모두 타지로 옮겼다. 급기야 구미 모바일사업 2개 공장 중 휴대전화 네트워크 장비사업부마저 경기도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삼성은 2년 전부터 삼성 라이온즈와의 관계를 절연하다시피 해 지역 야구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삼성이 자회사 노동조합을 대하는 방식도 냉혹하기 그지없다.

검찰은 지난달 삼성 전·현직 임직원 16명,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대표 7명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내용을 보면 노조 활동이 활발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4곳의 위장 폐업을 유도하고, '심성 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조를 와해고사시키려 한 혐의다. 심지어 무노조 경영에 맞섰던 한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회사 자금으로 유족을 회유해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도록 한 정황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협력업체 등에 가하는 횡포도 삼성 못지않다. 최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현대차가 전기자동차 등 기술 분야 경쟁 중소기업인 에디슨모터스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에디슨모터스의 CNG버스를 사면 현대차의 CNG버스나 중형 마을버스 등 다른 차종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운수회사에 거래 중단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에디슨모터스와 거래하면 자사의 하청 부품회사에 정비공장 지정 취소와 부품 공급 중단을 하겠다며 위협했다"고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해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0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공정거래 관련 법 위반 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으로 현대자동차가 꼽힌 것도 이를 방증한다.

삼성과 현대가 자사의 임금 인상분을 떠넘기거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관례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흑자 폭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연구개발이나 투자를 확대하는 대신 협력업체만 쥐어짜는 대기업이 과연 글로벌 기업으로 대우 받을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삼성과 현대가 자사 직원을 대우하고, 지역민의 사랑과 협력업체의 신뢰를 받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것은 헛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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