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들이 전재산 1천만원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목숨을 끊으려 한 60대 여성을 구했다.
사연은 이렇다. 포항북부경찰서 생활질서계는 지난달 24일 '쓰레기를 정리하던 중 현금 1천만원을 발견했는데 4일간 보관하고 있어도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한 모텔 주인의 신고를 받았다.
보통 유실물 습득 신고가 들어오면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6개월이 지난 뒤 신고자에게 돌려주지만, 이번 경우의 경찰 대응은 달랐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다음 날 신고자의 모텔을 찾아간 김성현 순경은 복도 CCTV를 확인해 202호에 묵고 있는 60대 여성이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담아 수차례 버리는 장면을 찾아냈다. 여기에 "202호를 청소할 때 피가 이불에 흠뻑 묻어 있던 적이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른다"는 모텔 주인의 말도 듣게 됐다.
이틀 뒤 김 순경은 한창현 생활질서계장과 김혜영 경위와 함께 다시 모텔을 찾아 202호 여성과 상담을 시도했지만, 과격한 행동과 흥분된 모습을 보여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은 정신질환과 자해 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 여성을 그냥 둘 수 없었다. 경찰관들은 지난 30일 다시 정신질환 관련 전문가들과 모텔을 찾았고, 모텔 주인을 통해 이 여성이 며칠 동안 버린 옷과 신발, 가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호 여성과의 대화를 위해 여러 차례 노크를 했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이상한 낌새를 차린 이들은 모텔 주인에게 부탁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여성은 옷을 모두 벗은 채 누워 있었고, 팔에는 자해한 흔적이 역력했다. 깡마른 모습에 생기도 없어 보였지만 다행히 의식은 있었다.
경찰관들은 이대로 두면 여성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응급입원 절차를 밟아 인근 병원으로 여성을 옮겼다.
확인 결과 이 여성은 포항 남구 연일읍이 고향인 A(61) 씨였다. 부모와 오빠 2명은 세상을 떠난 지 한참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경북의 한 정신병원에 스스로 입원했다가 지난달 15일 짐을 싸 나왔는데, 당시 A씨의 통장엔 1천62만원이 들어 있었다. 곧장 버스를 타고 포항에 와 이 모텔에 15일 치 투숙비를 지급하고 생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창현 계장은 "A씨는 경찰과 의사 등 모두에게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다"며 "A씨가 혹시나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무연고자를 병원에 입원하도록 할 수 있는 '행정입원'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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