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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쌀은 생명이며 신앙이었다. 죽어 저승가는 길에도 쌀을 뿌렸다. 생쌀을 먹으면 어미가 죽는다 해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쌀에는 손을 못댔다. 또 밥은 한국 음식의 처음이자 끝이며 중심이다.
아무리 훌륭하고 맛있는 요리를 먹어도 그 끝은 언제나 '밥'이었다. 밥은 또한 상 위에 올라온 맵고 짜고 시고 달고 향기로운 반찬을 아우르고 순화시키며 조화롭게 하는 힘을 가졌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오랜 시간을 계속해서 먹어도 결코 물리지 않는 힘을 지녔다.
아직도 한국인은 '밥심' 을 믿는다. "밥 잘 먹고 다녀라", "진지 드셨습니까?" 등의 인사는 우리가 서로에게 주는 사랑의 마음이다.
◆숫자로 풀어본 쌀 이야기
벼를 키워 쌀로 만드는 과정은 정성 그 자체다. 볍씨를 골라 담그고, 못자리를 만들고, 모를 내고, 피를 뽑고, 김을 매고, 벼를 베서 훑고, 방아를 찧고 마침내 쌀이 돼 입에 들어갈 때까지 여든여덟 번의 손을 거쳐야 한다.
무려 88번의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쌀의 한자는 八十八을 뜻하는 미(米)로 쓴다. 十자에 위, 아래로 八자가 붙어 米자가 되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연유로 8월 18일을 쌀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61.8kg(지난해 기준)이며 연간 1인당 쌀 구입비용은 18만원 정도이다. 이 경우 밥 한 공기에 300원(한 공기 103g 기준) 정도. 밥 한 공기 값이 라면 한 봉지보다 더 싸다.
양곡을 표시하는 단위로는 '석'(石)이나 순수한 우리말인 '섬'을 쓴다.1섬이란 180ℓ 용기에 담긴 정곡의 무게로 양곡 1섬은 쌀 144kg을 의미한다. 섬의 유래는 장정 1인이 짊어질 수 있는 최대의 용량이며, 성인 1인이 연간 소비하는 식량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쌀의 종류
쌀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곡물의 하나이고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는 세계 전체 인구의 34%인 30억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벼속(屬)에는 20여 종이 있지만 대부분 야생종이다.
재배하는 것은 인디카를 비롯해 자포니카, 그리고 자바니카가 있다. 일명 '안남미'로 불리는 인디카는 쌀알이 길쭉하고, 끈기가 없어 부슬부슬 흩어져 버린다. 인도나 동남아 지역에서 주식으로 사용한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주로 먹는 자포니카 벼는 낟알이 짧고, 기름지고 찰기가 강하다. 자바니카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등 아시아 열대지역에서 재배되는데 모양이 넓적하고 큰 편이다.
쌀을 수확했을 때 쌀알은 현미 상태다. 쌀알을 둘러싼 누르스름한 껍질을 벗기고 배아도 떨어져 나가게 하는 과정이 도정이다.
현미에서 속껍질과 씨눈을 제거해서 씨젖만 남긴 것이 바로 백미다. 씨눈이 남아 있고 중량의 3% 정도만 깎아낸 것이 5분도미, 씨눈은 70% 가량 남고 껍질을 깎아낸 중량이 95% 정도가 된 것이 7분도미다. 껍질을 잃은 쌀은 수분이 빠져나가고 산화되며 빠르게 변한다.
농진청 식량산업기술팀 박홍재 팀장은 "쌀은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빠르게 건조돼 금이 가고 그 사이로 전분이 빠져 나와 쉽게 상할 수 있으므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한다"면서 "쌀은 또한 흡수력이 강해 수분을 머금게 되면 금방 눅눅해질 수 있으므로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쌀을 퍼낼 때는 젖은 도구 사용을 자제하고 페트병이나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밥 맛있게 짓는 법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쌀을 골라야 한다.
좋은 쌀은 이물질이 없고, 쌀알에 광택이 나고 맑은 쌀, 그리고 모양이 균일하고 찹쌀처럼 전부 또는 부분적인 백색이 없어야 한다. 또 금이 가지 않고 반점이 없는 쌀, 싸래기나 부러진 것이 없는 쌀이어야 한다.
대구 동대구시장에서 쌀집을 하는 서동권 대표는 "쌀은 일반적으로 도정한 후 여름인 경우 1개월, 겨울의 경우 2개월 정도 지나면 서서히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정일자가 최근인 것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쌀을 씻을 때 처음에는 가볍게 손을 돌려 저으면서 씻은 다음 씻은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쌀을 네댓 번 가볍게 씻은 다음 30분 이상 쌀을 불려서 물이 쌀 전분 알맹이 속에 고루고루 스며들게 한다.
다음은 밥솥의 물 조절로, 물에 충분히 불린 쌀을 밥솥에 안치게 되면 얼마만큼 물을 부어야 적당한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맛있는 밥을 짓는 열쇠다. 밥솥의 종류나 밥량, 가열조건에 따라 물 붓는 양을 다소 조절하는데 보통 쌀 무게의 1.3∼1.5배면 된다.
마지막으로 뒤집어 섞어야 밥이 맛있다. 뜸들이기가 끝나 증기가 빠져나간 후 밥짓기가 완전히 끝나면 아래·위로 뒤집으면서 잘 섞고 일구어서 밥알끼리 공간을 두고 떨어질 수 있게 해 두어야 밥이 덩어리 져서 굳어지는 것을 막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식생활영양과 조수묵 연구관은 "밥은 기름기 자르르 흐르고 촉촉한 물기가 배어 있어야 맛있다.
냄새를 맡았을 때 구수하고 달콤한 향이 나며, 입 안에 넣었을 때는 밥알이 낱낱이 살아 있음이 느껴지고, 혀로 밥알을 감았을 때 침이 고이면서 단맛이 더해지며, 살짝 씹을 때는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게 이 사이에서 기분 좋은 마찰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쌀밥에 대한 오해와 진실
쌀밥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과 긍정 시선이 혼재한다. 흰 쌀밥은 탄수화물이 많아 몸에 좋지 않다라든가, 그래도 따뜻한 쌀밥을 적정량 섭취하면 해로울게 없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백미의 주요 영양 성분은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을 경우, 만성 질환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탄수화물 섭취량과 사망의 상관성을 조사한 최근 연구를 보면 권장량을 섭취한 사람은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쌀밥은 반찬과 국, 찌개 등과 함께 먹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경우가 적다. 오히려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어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전통 한식 연구를 통해서도 쌀밥은 전분의 복합당질로 체내에서 서서히 소화 흡수되며, 밥과 반찬을 번갈아 먹어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식사 섭취량은 줄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 섭취를 막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식생활영양과 조수묵 연구관은 "쌀밥과 함께 다양한 채소와 육류, 유제품 등을 고루 먹어주면 만성 질환이나 대사증후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서 "'한국인의 밥심'이라는 말처럼 적정한 쌀밥 섭취로 건강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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