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들으면 유독 졸리는 음악이 있다. 음악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음악이 있다. 대표적인 곡이 바로 1742년 작곡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이 곡은 G장조의 장중한 사라방드풍의 주제곡인 '아리아'와 서른 개의 변주곡으로 되어있다. 아리아로 시작해 다채로운 변주를 선보이다가 다시 아리아로 돌아와 마무리되는 곡이다.
논란과 의심의 여지는 있지만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한 백작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작곡되었다는 재미있는 숨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바흐의 제자인 골드베르크는 돈 많은 귀족 카이저링크 백작의 전속 악사였다. 당시 러시아 외교관으로 독일에 주재하고 있었던 카이저링크 백작은 음악 애호가이었지만 바쁜 업무로 심한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그때마다 그는 골드베르크에게 자신의 침실 옆방에서 쳄발로를 연주하게 했다. 거의 매일 골드베르크의 연주를 들으며 잠을 청했던 백작은 수면제를 대신할 수 있는 음악을 바흐에게 의뢰했고, 바흐는 금전적 도움을 받은 백작과 그의 제자이자 백작의 고용악사인 골드베르크를 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바흐는 백작의 심리 상태 등을 고려해 이 변주곡을 완성했다. 백작은 곡을 접한 후 매우 만족해했고, 곡을 들을때마다 행복해했다고도 전해진다.
사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이런 가벼운 내용으로만 설명하기엔 굉장히 거대하고 동시에 학문적인 곡이다. 피아노 솔로만으로 무려 50분, 바흐가 자신의 모든 작곡 기교와 지식을 쏟아부은 곡이다. 이 곡은 마치 퍼즐 내지는 퀴즈 같다. 곡 속에 숨겨진 수학·음악적인 논리를 분석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의 수미쌍관에서부터 3의 배수 번호가 붙은 변주곡에서는 음정이 1도씩 증가하는 등의 규칙들 속에 치밀하게 나열되어 있다. 그래서 중독성 있어 더 듣게 만든다.

멜로디를 들으며 가슴 평온한 감동을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마냥 졸리기만 할지는 직접 들어보고 판단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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