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14일 이전후보지로 군위와 의성이 선정됐지만 8개월가량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인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국방부를 비롯해 중앙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전사업비를 두고 대구시와 국방부의 협의 과정이 난항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처럼 이전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지역 사회에선 통합이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이냐, 분리이전이냐를 두고 양측의 논리와 당위성을 소개한다.
◆영남권 관문공항 만드는 절호의 기회
대구시는 통합 대구공항 이전이 대구경북의 미래를 열어가는 관문공항 건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문공항 확보라는 숙원이 지난 두 차례에 걸쳐 실패로 끝났지만, 통합 이전 공항에 장거리노선 유치가 가능한 활주로를 확보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구시는 통합공항 이전지역이 확정되면 국방부와 협의해 김해공항(3천200m)을 뛰어넘는 3천500m 이상의 활주로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장래 항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 신공항 부지는 종전의 16만㎡에서 33만㎡ 규모로 2배 이상 확대하고, 활주로는 3천500m를 확보해 미국 및 유럽 장거리 국제노선을 유치하겠다"면서 "대구가 내륙도시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관문공항은 필수다. 지난 번 실패한 영남권신공항이 우리 앞마당에 들어오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통합이전만 가능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현행법상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구시의 입장이다. 이 방식은 현재의 K2 부지 개발이익을 활용해 이전부지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대구시는 이 사업에 총 7조2천465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내 전문가들도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통해 K2 부지 전체(6.88㎢)를 개발할 경우 K2 신기지 건설비용(7조3천억원) 조달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전터 및 주변지역은 친수구역개발사업을 통해 팔공산과 금호강을 아우르는 워터폴리스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민간공항은 국가재정사업으로 국토교통부가 주관해 장래 항공수요를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로 건설한다고 국토부와 합의했다. 민항 건설엔 국비가 투입된다"고 말했다.
◆소음 일으키는 군공항만 받을 곳이 없다
그간 대구 동쪽 주민들의 극심한 피해를 불러왔던 K2 군공항은 1936년 당시 일본군이 대구 동촌지역에 활주로를 건설하면서 시작됐다. 6·25 전쟁 때는 미군의 군용기지 역할을 담당하다 1970년 우리 공군의 제11전투비행단이 김포에서 대구로 이전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 근 반세기 이상 K2 군공항은 재산권 행사, 소음 피해는 물론 대구의 균형발전에 걸림돌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이런 극심한 피해 때문에 대구시민 누구나 K2 이전에는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K2 군공항만 이전시킬 방법이 없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가 군공항만 받고 싶은 곳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당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군공항만 받을 수 있는 곳은 경북에 한 곳도 없다. 일부 주장대로 민간공항은 대구에 두고 군사공항만 경북으로 이전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고 했고, 올 초 열렸던 대구·경북·군위·의성 4개 단체장 협상에서도 '군공항 단독이전 수용불가' 의사를 천명했었다.
아울러 군공항 이전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다. 대구시 관계자는 "소음·재산 피해를 야기하는 군공항 이전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 대구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었다"고 말했다.
◆K2만 이전, 현 대구공항 확장도 비효율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 반대론자들은 K2 군공항만 보내고 대구공항은 현 부지에서 확장하는 방안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현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이 대구시의 설명이다. 현재 대구공항이 쓰고 있는 활주로'유도로 등은 모두 K2 시설을 빌려쓰는 상황에서 K2가 단독으로 이전할 경우 대구공항은 공항 운용 자체가 안 된다는 것. 결국 K2가 나가면 대구공항은 비행기가 뜰 수 없는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쓸모없는 공항이 된다는 얘기다.
현 부지에서의 대구공항 확장 역시 부지가 워낙 좁아 여의치 않다고 시는 설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무리하게 확장을 시도한다해도 민간공항에 다른 고도제한 확대와 여전한 항공소음 피해에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주진우, 김민석 해명 하나하나 반박…"돈에 결벽? 피식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