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1월 한강을 바라보는 노량진동의 산기슭 낡은 슬레이트 집에서 만난 80대 노모는 집안 청소 자원봉사를 와 준 것이 고맙다며 찌그러진 노란 양푼에 삶은 감자를 내어왔다. "56살 먹은 우리 아들은 동경대를 나왔는데, 간질로 취업도 못하고 폐인이 됐어. 나도 움직이기가 힘들지만 내가 없으면 안돼!"라며 갈라진 손으로 껍질을 벗겨 건네어주던 감자를 두 손에 쥐고 먹지도 못하고 목메 하던 생각이 난다.
내가 대구에 내려온 지 10개월쯤 지나고, 총무팀장이 한통의 편지를 가져 왔다.
"대표님. 교도소 제소자가 우리 쪽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한번 읽어 보셔야겠습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순천교도소에서 약 3년의 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6살난 아이를 가진 아빠였다. "제가 아이들에게 여름에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지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먼 외국에 돈 벌러 가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교도소로 오게 되었는데, 우는 아이의 얼굴과 고생하고 있을 아내 생각에 너무나 괴롭습니다. 어느 날 신문에서 놀이동산 축제기사를 보고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게 되었는데, 아이가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자유이용권을 보내 주시면 나중에 갚겠습니다."라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의 가족들에게 놀이동산 이용권과 왕복 교통비, 식사를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가 보낸 선물로 포장하여 제공하였다. 그런 작은 이벤트가 지나가고 그 제소자 분은 진심이 담긴 감사의 편지와 전화를 해 왔다. 아마 지금쯤은 진작에 출소하여 한 가족의 가장으로써,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정당하게 이익을 내어 바르게 쓰는 것이다.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서 일한다는 회사의 기업 이념을 배우며 실천하는 역할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 사회적 나눔에 대한 고민을 늘 하게 된다.
작년부터는 저소득층 청소년, 다문화가족, 지역주민들 약 4만여 명을 초청하고, 대구시 교육청과 지방 경찰청, 달서구청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에서 나눔의 크기를 조금씩 키워가는 중이다. 기업이 내는 이윤의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꿈과 사랑, 축제를 제공하는 테마파크로서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해 주는 것이 당연한 역할이지만,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들에게 먼저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 또한 중요한 의무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진정한 놀이공원은 놀이기구나 축제를 통해서 즐거운 체험을 제공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지역과 상생하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따뜻한 꿈의 동산 이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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