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탄생부터 영국과 프랑스 정부의 객기의 산물이었다. 우주기술을 주도하던 미국과 소련에 맞서 두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 개발에 합의했다. 하지만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다.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우선 7천만파운드로 잡았던 개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1962년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1억5천만파운드로, 2년 뒤엔 3억파운드로 달음박질했다. 설상가상. 개발 과정에 좁은 몸체로 수용 인원(90명)이 적고 연료 소비량은 많아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막대한 개발비에 불확실한 수익성. 발을 뺐어야 했다. 그래도 발을 뺀다 할 수 없었다. 이미 투자한 비용도 아까웠다. 1976년 프로젝트는 완성됐지만 13억파운드란 비용을 들인 후였다.
비효율적일 것이란 예상도 적중했다. 시장은 비행시간만 좀 줄었을 뿐 경제성과는 거리가 먼 콩코드를 외면했다. 적자는 누적되고 사고까지 났다. 콩코드는 2003년 운항을 중단했다. 그때까지 팔린 콩코드는 20대에 불과했다. 비극적 결말이었다. 초기에 포기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콩코드의 오류'라 이름했다. 잘못된 선택을 거둬들이지 않고 기존 투자가 아까워 밀어붙이거나,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더욱 깊이 개입해 손해를 키운다는 의미에서 사용했다.
'콩코드의 오류'의 경영학 버전은 '몰입상승'이다. 의사결정을 내린 후 시간이 흐르며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증거와 정보가 나오는데도 수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 몰입하다 피해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우는 경우다. 포기하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실패가 된다. 미국 외교관 조지 볼은 그 사례로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들었다. 한번 월남에 발을 들여놓은 미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개입 강도를 높이다 막대한 피해만 입고 베트남 공산화를 막지도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주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제 투톱을 교체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이름만 바뀌었지 '내 사람, 내 정책' 그대로란 뜻으로 읽혀서다. 여기에 '콩코드의 오류'니 '몰입상승'이니 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전임 투톱 체제 아래 나라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성장률은 반 토막 나고 경기는 하강세로 돌아섰다. 멀쩡한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은 정체됐다. 그나마 빈자리는 재정 투입으로 버티고 있다. 정부는 내년을 기다리라 하지만 믿는 국민은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까지 나서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한다. 퇴임하는 김 부총리가 지금은 경제 위기라기보다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인지 모르겠다'고 한 말과 오버랩된다. 본인들은 아니라지만 사람이 아니라 그릇된 정책 결정이 문제란 뜻으로 읽힌다. 그 정책을 결정하고 고집하는 것은 오롯이 대통령 몫이다. 실제로 경제정책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사람을 바꾼다고 기대할 것은 없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팀은 '몰입상승' 극복 방법으로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공론화하라', '포기하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를 생각해 보라', '제3자의 생각을 존중하라'는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면 곰곰이 새겨볼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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