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김동연과 전원책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지난주 나란히 '잘린' 두 사람이 화제가 됐다.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을 이끈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예산안 국회 심사 와중에 경질됐다. 자유한국당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던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외부위원은 문자 메시지로 해촉 사실을 통보받았다. 두 사람이 소주를 마시는지 모르겠지만 소주 한잔이 생각났지 싶다.

작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 부총리 지명을 직접 발표하면서 위기의 한국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경제정책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을 빚었고 18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청와대 참모와 갈등을 빚은 경제부총리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김 부총리가 마음고생을 가장 많이 했다는 분석이 있다.

경제부총리 자리는 대통령이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파워가 확 달라진다. 경제정책은 부총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게 중론인데도 문 대통령은 '투톱' 체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2기 경제팀은 원톱 체제로 간다고 청와대가 밝혔지만 부총리 중심 원톱이 아닌 정책실장이 원톱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회전문 인사'에 그쳐 경제팀 교체를 통한 경제정책 전환을 기대했던 시장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한 게 경제팀 인사의 가장 큰 한계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원책 위원을 임명하면서 직접 "십고초려해 모셔왔다"고 했다. 그러나 영입 29일 만에 해촉했다. 전당대회 일정을 두고 두 사람은 강하게 부닥쳤다. 인적 쇄신을 둘러싸고도 견해차가 컸다.

한국당은 또 한 번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한국당은 개혁할 의지도 역량도 없다는 사실이 다시금 드러났다. 안보와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이 상황에서 한국당은 개혁에 실기(失機)하고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라는 민심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경제팀 인사, 김 위원장의 전 위원 해촉엔 공통점이 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귀결됐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로 같이 근무했다. 두 사람 스타일은 달랐다는데 '역시나 인사'는 매우 닮은 게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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