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암 투병하며 발달장애 두 아이 키우는 김은선 씨

“4년동안 암 수술만 6차례” …희귀유전병 의심
일 못하며 쌓인 빚만 8천만원… 발달장애 두 아이 치료비 마련도 막막

김은선(가명·39) 씨는 2015년 갑상선 암을 시작으로 6차례나 종양이 발견 돼 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 2016년 태어난 두 아이도 발달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김 씨 부부가 일을 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치료는커녕 기본적인 생활을 꾸리기조차 어렵다. 성일권 기자 igsung@msnet.co.kr
김은선(가명·39) 씨는 2015년 갑상선 암을 시작으로 6차례나 종양이 발견 돼 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 2016년 태어난 두 아이도 발달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김 씨 부부가 일을 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치료는커녕 기본적인 생활을 꾸리기조차 어렵다. 성일권 기자 igsung@msnet.co.kr

이상욱(가명·44)·김은선(가명·39) 씨 부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김 씨는 2015년 갑상선암을 시작으로 3년 동안 4차례나 몸 곳곳에 침범한 종양을 잘라냈다. 또 축복처럼 찾아온 두 아이는 발달장애를 앓으며 또래보다 더디게 성장하는 중이다. 석·박사 학위 소지자로 대기업에서 일했던 이 씨 부부는 연거푸 덮친 불행에 직장을 잃고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4년 동안 암 수술만 6차례 받아

국내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만난 두 사람은 2014년 결혼에 골인했다. 행복했던 신혼생활에 경고음이 울린 건 2015년 1월 김 씨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으면서였다. 암은 림프절까지 전이된 상태였고, 갑상샘을 모두 절제했다.

이듬해 2월 김 씨는 쌍둥이를 출산한 직후 자궁경부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부신에서 3㎝ 크기의 종양(지방종)이 확인됐다. 경과를 지켜보던 김 씨는 지난 5월 종양이 7㎝까지 커져 제거 수술을 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부신 종양 수술 과정에서 유방에서 암으로 진행되기 직전의 경계성 종양인 '관내유두종'이 발견돼 절제 수술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복통과 구토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결장에서 1㎝ 크기 종양을 발견됐다. 의료진은 김 씨가 40대 이전에 몸 곳곳에서 종양이 빈발하는 희귀 유전성 질환을 의심하고 있다.

김 씨는 "몸에서 종양이 계속 발견되는데 갑상선암과 자궁경부암 이후로는 모두 암으로 진행되기 직전 단계였다"며 "암으로 진단받으면 의료비 부담이 줄어드니 차라리 암이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지금껏 받은 수술만 6차례. 고학력에 수입이 적지 않았지만 2015년부터 두 사람 모두 직장을 잃으면서 형편이 급격하게 어려워졌다. 검사비와 수술비, 입원비와 간병비 등으로 모두 8천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된 것.

김 씨는 "돈을 아끼려 수술 후에는 진통제 주사도 맞지 않고 버텼고, 주로 치매환자들이 지내는 요양병원에서 몸을 추스리기를 반복했다"고 털어놨다.

◆발달장애에 쌍둥이 돌보는 부담까지

이 씨 부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이란성 쌍둥이다. 출산 예정일보다 6주 빠른 조산으로 태어난 두 아이의 성장 속도는 크게 늦다. 생후 33개월이 됐지만 아들 상운(가명·2) 군은 아직 말을 하지 않고, 딸 상희(가명·2) 양은 이제야 옹알이를 시작했을 정도다.

특히 상운 군은 심한 자폐 증상이 있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다치는 일이 잦다. 이 씨는 "일주일 전에도 책상에 부딪혀 잇몸이 찢어졌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려오다 다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왼쪽 다리가 안으로 휘어 보행에 지장이 있는데 재활치료도 못 받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기초생활수급자에 포함돼 매달 140만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매달 내는 이자비용만 60만원이나 되고, 두 아이의 발달장애 약물치료에도 매달 20만원이 든다. 이 씨는 "보증금을 까먹다가 월세가 50만원까지 올랐고, 이사를 가고 싶어도 두 사람 모두 채무불이행자여서 이사비 마련이 어렵다"고 했다.

아픈 몸에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도 마음이 저민다. 김 씨는 "어린이집에 점심을 많이 먹여달라고 부탁하고 아침, 저녁은 대충 때운다. 두 아이 모두 심장천공이 의심돼 첫돌이 지나고 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아직도 못하고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담담하게 고달픈 삶을 털어놓던 부부는 "두 사람 모두 올해 초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어서 몸을 추스르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죠. 앞으로 아이들 치료도 열심히 도울 겁니다." 김 씨가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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