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수능 이모저모]고사장 잘못 찾은 수험생 속출…지각하자 담장 넘기도

대구경찰, 지각 수송 17건, 고사장 착오 5건 등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러진 15일 오전 대구시내 곳곳에서는 입실 시간에 늦거나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수험생들이 속출했다.

이날 오전 7시 54분쯤에는 도시철도 1호선 명덕역 앞에서 시험 시간에 늦은 수험생을 월성동 대건고까지 사이카에 태워 질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수험생은 입실 가능 시간을 불과 4분 앞둔 오전 8시 16분에 무사히 시험장 정문에 도착했다.

오전 7시 42분쯤에는 중구 경북여고가 시험장인 직장인 수험생 김모(37) 씨가 수험표를 발급받은 경북대 사대부고를 시험장으로 착각했다가 경찰 순찰차를 타고 부랴부랴 시험장을 이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비슷한 시각 재수생 최모(20) 씨는 반대로 경북여고를 시험장으로 오인했다가 사대부고까지 경찰의 도움으로 이동했다.

앞서 오전 7시 28분쯤에는 늦잠을 자다가 시험장 입실 시각에 늦은 경북여고 학생을 서부정류장에서 북구 경명여고까지 순찰자로 태워주기도 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경찰차로 이동한 수험생은 28명으로 지각 위기에 처한 수험생이 17명, 시험장을 착각한 수험생 5명 등이었다. 경찰이 미리 지정한 '수험생 태워주기' 장소에서 대기 중이던 순찰차를 타고 이동한 수험생도 6명이었다.

○…신분증이나 시계를 두고 오거나 닫힌 교문 대신 담장을 넘는 수험생도 있었다.

오전 8시 25분쯤 경북여고에서는 노모(53) 씨가 굳게 닫힌 교문 사이로 시험감독관에게 딸의 신분증을 건넸다. 노 씨는 "주변 지리를 잘 몰라 어렵게 도착했는데 늦지 않아 다행" 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슷한 시각 달서구 영남고 앞에서는 경찰차를 타고 도착한 한 수험생이 교문이 닫혀 들어갈 수 없자 학교 담장을 뛰어넘어 시험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교문 주변에모여있던 학부모와 교사들은 탄식하며 마음을 졸였다.

수성구 정화여고 앞에서는 한 수험생이 시계 전원이 꺼졌다며 불안해하자 수성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자기 시계를 빌려주기도 했다.

○…시험장 앞은 선후배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보내는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영남고 앞은 DGB 대구은행 자원봉사단과 입시학원 강사진 등이 몰려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사대부고 앞에서는 북구 매천고학생회 소속 임원 10여 명이 손팻말 응원전을 펼쳤다. 팻말에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답을', '잘 읽고 잘 봐'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매천고 1학년 심채린(17) 양은 "모든 수험생들이 각자 시험을 잘 봐서 원하는 대학에 꼭 갔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부모와 교사들은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오전 8시 20분쯤 영남고 앞에서는 신모(53) 씨가 아들을 들여보내고도 40여 분 동안 염주를 손에 쥐고 허리숙여 기도했다. 신 씨는 "창녕에 한 사찰에서 기도하면 원하는 소원을 한가지 들어준다고 해서 두 번이나 다녀왔다. 팔공산 갓바위도 여러 차례 올랐고 108배도 했다. 부디 아들이 원하는 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사대부고 앞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한동안 오열했다. 그는 "직업이 변변치 못해 평소 잘 챙겨주지도 못했다. 어느새 이렇게 잘 자라 주고 수능 시험도 친다고 하니 감격스럽고 미안해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