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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에 물막혀 "회룡포와 선몽대 명승이 죽어가고 있어요."

첫번째 사진부터 2009년 8월, 2015년 9월, 2018년 11월 촬영한 회룡포 전경이다. 2009년 12월 영주댐이 공사에 착수하면서 지속해서 육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년 전 본지 보도 이후에도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돼 짧았던 풀들이 현재는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윤영민 기자
첫번째 사진부터 2009년 8월, 2015년 9월, 2018년 11월 촬영한 회룡포 전경이다. 2009년 12월 영주댐이 공사에 착수하면서 지속해서 육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년 전 본지 보도 이후에도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돼 짧았던 풀들이 현재는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윤영민 기자

20일 예천 회룡포 전망대에서 바라본 회룡포는 이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형적으로 변형돼 있었다. 2009년 영주댐 건설 전에 비해 물길은 절반이나 줄었고, 백사장 곳곳엔 갈대와 이끼, 잡초, 잡목 등이 모래를 대신 자리하고 있었다.

예천 선몽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육지화로 인해 하천 바닥이 드러났고, 백사장과 하천 바닥 위로 갈대들이 무성하게 자라 예전의 선몽대 자연 경관을 그려볼 수 없었다.

예천의 명승지 회룡포와 선몽대가 심각한 육지화 현상(본지 2016년 7월 7일 자 12면 보도)으로 주변 백사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어 명승 지정 취소 우려까지 낳고 있다.

회룡포는 2005년, 선몽대는 2006년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6호, 제19호로 각 지정됐다. 그러나 육지화 현상이 계속될 경우 명승 지정이 취소될 가능성도 적잖다.

한 문화재 해설사는 "회룡포와 선몽대에 하얀 모래톱과 푸른 강이 없다면 명승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져 명승 취소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두 명승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영주댐의 영향이 크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육지화 현상이 회룡포와 선몽대 위에 건설된 영주댐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영주댐을 없애지 않는 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통 모래하천에서 육지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모래가 빠르게 순환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영주댐이 유속을 감소시키면서 모래가 순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철우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도 "댐이 상류에 있든 하류에 있든 육지화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댐에 물이 고이면 당연히 유속은 느려지면서 모래가 순환하지 못해 육지화가 나타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회룡포와 선몽대의 육지화 현상이 댐 때문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거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뒤 해결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예천군이 내년부터 모래톱 내 잡목, 잡초를 제거하는 등의 정비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 당장은 정비 작업을 하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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