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첫눈이 오고 땅이 얼어붙기 시작한다는 소설(小雪)이다. 한겨울의 꽁꽁 언 날씨는 아니지만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절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추파(秋波)를 던지며 온 산을 붉고 노랗게 물들였던 단풍도 불과 며칠 사이에 낙엽 신세가 돼버렸다. 아직 나무에 매달린 단풍잎이 아무리 '만추'(晩秋)라고 우겨대도 눈이 아니라 비가 오더라도 어쨌든 오늘부터는 공식적으로 겨울인 셈이다.
이맘때쯤이면 어느 때보다 바빠지는 곳이 국회다. 국회는 매년 11월이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제대로 편성됐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줄일 것은 줄이고 늘릴 것은 늘리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국회는 최근 허송세월만 했다. 서로 잘났다며 '끝까지 해보자'고 각을 세우며 파행을 거듭하다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에 등 떠밀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상임위 활동을 정상화하기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12월 2일)을 불과 11일 앞두고서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왠지 불안하다. 공기업·공공기관 고용세습 채용 비리 의혹 국정조사 등 '정상화 조건'은 곳곳이 지뢰밭이라 언제 또 파행으로 치달을지 몰라서다. 여야가 극적으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만큼 헌정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 걱정은 덜었으나 약속대로 지켜질지는 가봐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국회 정상화란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예산 소위 구성이 지나치게 늦은 편이다. 예산 소위에 참가할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급조한 흔적이 역력하다. 지역 안배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예산 관련 전문가도 아닌 인사들이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설령 예산 소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더라도 470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에 대한 꼼꼼한 심사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야말로 '벼락치기'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예산 국회'는 다른 해와 비교해 더 각별하다. 올해보다 9.7% 늘어난 '슈퍼 예산'인 데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양극화를 타개할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내년에는 더욱더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재정이라도 온기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
대구로서도 중요한 예산들이 많다. 옛 경북도청 매입비(1천억원)를 비롯해 달빛내륙철도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비, 대구권 광역 철도 김천 연결 용역비 등은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안들이며 국회 상임위에서 어렵게 증액된 대구의 주요 현안 사업에 대한 것들이다. 또 내년 준공을 앞둔 대구물산업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체성능시험센터 건립에 필요한 예산 120억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 예산은 정부안에 반영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경북에서도 중앙선 복선전철화, 중부선 철도 등 SOC 예산을 비롯해 스마트팜혁신밸리 조성, 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 등 경북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증액해야 할 예산이 15건에 이른다.
민생 경제가 최악의 침체 위기를 맞고 있다. 아무쪼록 여야가 힘을 합쳐 지역 간 출혈 경쟁이 아닌 상생할 수 있는 새해 예산을 마련,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 만들기를 기대한다. 지금껏 큰 실망만 안겨준 정치권이 다가오는 연말연시에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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